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밀폐용기 시장 ‘빅2’인 삼광글라스와 락앤락(115390)이 서로 다른 생존전략을 펼치고 있다.

삼광글라스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캔 사업을 매각하고 주력인 유리 밀폐용기 등 유리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락앤락은 밀폐용기만 가지고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 미니 공기청정기 등 소형 가전을 선보이며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삼광글라스, 캔 사업 매각…"유리 제조 집중"

삼광글라스의 충남 논산 유리 제조공장(왼쪽)과 유리 밀폐용기 브랜드 ‘글라스락’.

삼광글라스는 지난달 19일 캔 사업 부문을 캔 제조업체 한일제관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오는 10월 매각 절차가 마무리된다. 회사 주력인 유리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전체 매출(3467억원, 2018년 기준)의 24%에 달하는 캔 사업을 떼어낸 것이다.

삼광글라스는 회사 대표 제품인 유리 밀폐용기와 음료 및 주류용 유리병을 제조하는 유리 사업과 주류용 알루미늄 캔 등을 제조하는 캔 사업 두 가지를 하고 있다. 하지만 2017년부터 두 사업 모두 적자를 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유리 사업에서 영업손실 18억원, 캔 사업에선 영업손실 41억원을 기록했다.

삼광글라스 경영진은 유리, 캔 두 사업을 모두 끌고 가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회사가 잘 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삼광글라스의 선택은 주력 사업인 유리 제조였다. 50년 이상 사업을 하며 전문성을 키웠고, 그동안 시장에 구축한 유리 밀폐용기 ‘글라스락’ 브랜드 가치도 무시할 수 없었다.

반면 국내 캔 제조 시장은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 원가 경쟁력이 주된 경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캔 사업 실적이 흑자로 돌아선다고 해도 수익성이 낮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삼광글라스가 흑자를 기록했을 당시인 2016년 유리 사업의 영업이익률은 2%였고, 캔 사업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0.7%에 불과했다.

최근 환경 문제가 대두되면서 세계 시장에서 재활용이 쉽고 친환경적인 유리병이 각광받고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캔보다 유리병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현재 삼광글라스는 국내 주류, 음료, 제약, 화장품 업체에 유리병을 공급하고 있고, 앞으로 세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삼광글라스 관계자는 "주류, 음료, 화장품 등 다양한 거래처의 제품(유리병)을 생산할 수 있는 삼광글라스의 기술, 제조 능력을 바탕으로 해외 거래처를 늘려나갈 것"이라며 "매출과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유리 사업 부문 포트폴리오 구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락앤락, 소형 가전 시장 진출 등 사업 영역 확대

락앤락은 종합 생활 문화 기업으로 성장 방향을 틀었다. 밀폐용기만 가지고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서울 송파에 있는 락앤락 편집 매장 ‘플레이스엘엘’. 락앤락 제품뿐만 아니라 가구, 가전, 인테리어 소품, 침구, 유아용품, 식재료 분야 국내외 브랜드 40여종을 판매하고 있다.

회사 매출이 제자리를 맴돌고 수익성은 급격히 떨어진 게 영향을 미쳤다. 2016년 602억원이던 락앤락 영업이익은 지난해 365억원으로 39% 줄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75억원을 기록,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64% 감소했다. 매출은 2012년 5000억원을 넘어선 후 2014년부터 4000억원 초반대를 기록 중이다.

현재 락앤락이 판매하고 있는 제품은 밀폐용기와 더불어 보온·보냉(텀블러, 도시락), 쿡웨어(프라이팬, 냄비), 주방잡화(도마, 양념통), 수납용품(수납함, 바스켓) 등으로 다양하다. 지난 3월에는 미니 공기청정기를 출시하면서 소형 가전 시장에 진출했고, 4월에는 칼·도마 살균기를 선보였다.

락앤락은 올해 하반기 주방 위생·살균 관련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주방, 생활 분야에서 쌓은 수십년 노하우를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락앤락 제품뿐만 아니라 가구, 가전, 인테리어 소품, 침구, 유아용품, 식재료 분야 국내외 브랜드 40여종을 판매하는 멀티 매장 ‘플레이스엘엘’도 열었다. 고객이 생활하면서 필요한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다. 현재 경기도 안산과 서울 송파 2개 매장을 운영 중이고, 꾸준히 매장 수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해외 시장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락앤락은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해외에서 올렸다. 락앤락은 기존 주요 시장인 중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 벗어나 미국 등 선진국 시장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락앤락 관계자는 "올해가 글로벌 종합 생활 문화 기업으로 도약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