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재건축 수주전에는 치열하게 뛰어드는 건설회사들이 경기도를 비롯한 지방 구도심 재건축 입찰에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건설경기가 나빠지면서 미분양이 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회피한 결과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조만간 있을 서울 서초구 신반포21차 재건축 조합의 시공사 선정 입찰에는 대형건설사 5곳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조합은 지난 14일 서울시로부터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이달 초 조합이 개최한 사전홍보 현장설명회에는 GS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현대산업개발, 포스코 등이 참여해 시공자 사전홍보 확약서를 제출했다. 확약서에는 경쟁사를 비방하지 않고 조합에 향응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클린 수주’를 약속하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의 일부 정비사업장 수주전에서는 과열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구로구 고척4구역 재개발 사업에서 맞붙은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소송을 포함한 수주전을 진행 중이다. 시공사 선정 투표에서 무효표가 6개 나왔는데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조합은 조만간 총회를 열고 무효표 처리와 시공사 선정 안건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철거 작업과 공사가 진행 중인 강남 재건축 아파트 단지 모습. 오른쪽 하단은 완공된 송파 헬리오시티 전경.

건설회사들이 서울의 정비사업 수주전에 적극적인 것은 앞으로 수주 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서울시에서 재개발·재건축 정비구역으로 새로 지정된 곳은 한 곳도 없다. 여기에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기로 하며 정비사업들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져 일감 부족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하지만 지방 정비사업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시공사 입찰에 건설사 참여가 저조해 유찰되는 경우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시공사 선정 입찰에는 건설사 두 곳 이상이 참여해야 낙찰자를 정할 수 있다.

지난달 31일 안양 신한아파트 재건축 조합이 진행한 시공사 입찰에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응찰했지만, 경쟁사가 나타나지 않아 유찰됐다. 같은 날 전남 목포 구용해아파트 재건축 조합이 연 현장설명회에는 참석한 건설사가 한 곳도 없었다. 지난달 30일 시공사 선정 입찰을 마감한 부천 성곡2-1구역에도 한라 한 곳만 참여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은 건설사 매출로 이어지기까지 3~5년 정도 걸리는데다 시공사가 대여금 명목으로 몇십억원을 먼저 내야 한다"면서 "건설경기가 나빠지는 상황이다 보니 분양 결과가 나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업장에는 참여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