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생일에 카카오톡으로 커피, 케이크 등의 교환권 5장을 선물로 받은 직장인 조모(34)씨는 지난달 쓰고 남은 교환권 4장의 유효기간을 연장했다. 교환권들은 3개월 안에 사용해야 하고, 사용 기간을 연장해 놓지 않으면 기한 만료돼 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조씨는 "상대가 정당하게 돈 내고 선물한 것인데 무슨 이유로 유효기간을 짧게 설정해 이용자를 불편하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근 대학생 박모(26)씨는 한 커피 전문점의 케이크 교환권을 쓰러 갔다가 엉뚱하게 샌드위치를 먹고 왔다. 해당 케이크가 매장에서 다 팔렸기 때문이다. 박씨는 "케이크가 없으면 돈으로 바꾸거나 더 저렴한 다른 메뉴를 먹고 차액을 받고 싶었지만, 무조건 케이크와 같은 금액의 제품이나 그 이상을 주문해야 한다고 해서 원하지 않는 메뉴를 고르고 돈도 더 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급증하고 온라인을 통한 마케팅이 활발해지면서 편리성을 앞세운 '모바일 상품권' 구매가 최근 크게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모바일 상품권 시장 규모는 2017년 1조2016억원에서 지난해 2조1086억원으로 1년 새 1.8배로 늘었다. 하지만 모바일 상품권 이용 관련 규정과 관리·감독은 부실한 가운데 상품권 발행 기업은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탓에 상품권 이용에 불편을 겪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일이 많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는 모바일 상품권 관련 대국민 설문 조사를 토대로 '모바일 상품권 사용과정에서의 불공정 개선방안'을 마련했다고 21일 밝혔다.

◇모바일 상품권 거래액과 함께 소비자 불만도 급증

정부가 지난 5~7월 인터넷을 통해 모바일 상품권 이용 관련 의견을 받은 결과, 2만6000여명이 각종 불만을 쏟아냈다. 가장 큰 불만은 특정 물품이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모바일 상품권의 유효기간이 너무 짧다는 것(전체 답변자의 89.4%)이었다. 모바일 상품권은 현금처럼 쓸 수 있는 '금액형'과 '물품·서비스 제공형'으로 나뉘는데 금액형의 유효기간은 1년인 반면 물품·서비스 제공형은 3개월에 불과하다. 유효기간이 30일밖에 안 되는 이벤트 상품권이나 일주일에 불과한 영화 예매권도 있다. 권익위는 내년부터 모든 모바일 상품권의 유효기간을 원칙적으로 1년 이상으로 늘리도록 했다. 유효기간을 짧게 설정함으로써 이용자를 불편하게 해 상품권을 못 쓰게 하려는 기업들의 '꼼수'를 막기 위한 조치다. 또 상품권으로 살 수 있는 특정 물품이 없는데, 이용자가 전액 환불을 원하면 내년부터는 해당 매장에서 돈으로 바꿔줘야 한다.

정부 설문 조사 결과, 모바일 상품권 이용자 중 유효기간이 지난 상품권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경우(58.6%)가 상당수였다. 유효기간이 지났어도 5년 이내 잔액의 90%를 환불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75.2%)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사업자가 환불 관련 규정을 유효기간이 끝나기 30일 전에 반드시 소비자에게 알리도록 했다.

◇내년 중 바뀐 '모바일 상품권 표준약관' 보급

이 밖에 국민신문고 등에 여러 건 접수된 모바일 상품권 이용 관련 피해·불편 사례로는 상품권을 받는 매장에서 현금 영수증 발행을 거절하는 경우, 상품권으로 배달 음식을 주문했더니 따로 배달비를 받은 경우, 물품·서비스 제공형 상품권은 남은 돈을 돌려주는 기준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금액형 상품권임에도 '제품권'이나 '교환권'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판매한 경우 등이 있었다. 권익위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올 6월까지 3년 반 동안 모바일 상품권 관련 불공정 거래의 개선을 요구하는 국민신문고 민원이 1014건에 달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모바일 상품권 관련 문제들을 바로잡기 위해 관련 사업자와 협의를 거쳐 권익위 권고대로 올해 말까지 표준약관을 손보는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며 "바뀐 표준약관은 내년 중 보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