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자동차 노조가 어려운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쟁의활동을 자제하고 있지만 한국GM 노조는 부분파업을 강행했다. 국내 완성차업체인 한국GM은 제너럴모터스(GM) 수입모델의 내수판매 강화를 위해 수입차업체로 변신하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 한국GM 사측은 노조와의 협상에는 무관심한 태도를 보여 양측의 갈등은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한국GM 관계자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20일부터 이날까지 이틀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20일에는 한국GM 생산직 근로자 전반 근무조와 후반 근무조가 각각 2시간씩 총 4시간 동안 파업에 나섰고 21일에는 전반 근무조가 4시간 동안 조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한국GM 노조가 21일 중앙쟁의대책위 출범식을 진행하고 있다.

노조는 이날 부평공장에서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올해 임금협상에서 원하는 성과를 얻을 때까지 파업을 비롯한 강경투쟁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임한택 금속노조 한국GM 지부장은 "온갖 인내와 고통을 감수하고 회사 발전을 위해 애썼지만, 더 이상 대화는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오직 투쟁만이 해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GM 노조와 달리 다른 완성차업체들은 아직 파업을 자제한 채 교섭에 열중하는 분위기다. 현대자동차노조는 이달 집단휴가 기간이 끝난 후 개최한 쟁대위에서 파업을 유보하고 집중교섭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쌍용자동차는 지난 2일 일찌감치 올해 임단협을 타결했다.

한국GM을 제외한 완성차업체 노조가 올해 파업을 자제하고 있는 것은 최근 한·일 갈등에 따른 산업계 위기와 수출 부진 등 악화된 경제 여건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여론을 무시한 채 파업을 강행해 역풍을 맞기보다 회사에 최대한 협조를 하고 있다는 명분을 내세워 협상에서 실리를 취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현대차 노조는 파업을 자제하고 집중교섭에 나서면서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 산정 등에서 노사가 접점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국GM은 노사간의 의견 차이가 커 임금협상에서 전혀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12만3526원 인상 ▲통상임금의 250% 성과급 지급 ▲격려금 650만원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판매 부진과 실적 악화로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지난 19일 창원공장을 찾아 직원들에게 "회사가 재정적으로 안정을 찾을 때까지 인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조는 사측이 판매 부진과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직원들에게 떠넘긴 채 희생만을 강요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GM이 대형 SUV 트래버스와 픽업트럭 콜로라도의 출시를 앞두고 수입차협회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서울모터쇼에서 전시된 트래버스(왼쪽)와 콜로라도.

자동차 업계에서는 최근 한국GM이 수입차업체로 정체성 변화를 시도하면서 임금협상을 포함한 국내 경영관련 현안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GM은 지난달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신규회원으로 등록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다음 달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래버스와 픽업트럭인 콜로라도의 수입 판매를 앞두고 수입차업체라는 점을 강조해 신차 판매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한국GM의 수입차협회 가입 시도가 지난해 산업은행으로부터 80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으면서 국내에서 생산과 고용, 지속 성장에 힘쓰겠다고 한 약속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계속해서 한국GM이 수입차업체라는 점을 강조하면 노조에 "결국은 철수할 미국 회사"라는 인식을 심어줘 매년 극심한 갈등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분석도 나온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어려운 경제현실을 무시하고 파업을 강행한 노조를 다시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키려면 회사도 노조의 요구에 성의껏 귀를 기울이겠다는 신호를 줘야 한다"며 "수입차업체로 변신을 시도하면서 국내 완성차 제조에 무신경한 모습을 보이면 더욱 자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