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장사 부진…신발·화장품은 대박
휠라, 신세계인터내셔날 상반기 실적 선방
"옷 장사는 안되고 신발 장사는 잘됐다."
올 상반기 의류 판매는 부진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LF, 한섬 등 패션 대기업은 고전했지만, 화장품과 신발을 앞세운 휠라, 신세계인터내셔날, F&F의 매출이 두 자릿수 신장했다. 본업보다 부업을 잘한 기업들이 웃은 셈이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휠라코리아는 상반기 매출이 1조7939억원, 영업이익이 26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 30% 신장했다. 반기 사상 최대 실적이다.
매출을 견인한 것은 신발이었다. 휠라코리아는 지난해 국내에서 250만 켤레의 운동화를 판매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 400만 켤레 이상을 팔았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700만 켤레 이상의 운동화를 팔 것으로 보인다.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과 MLB 등을 운영하는 F&F는 상반기 매출이 작년 2806억원에서 올해 3642억원으로 30%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78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8% 늘었다. 올해 신발 사업을 강화한 이 회사는 두 브랜드에서 상반기에 24만 켤레의 신발을 팔았다.
원래 이들 브랜드는 의류와 모자를 주력으로 했지만, 신발 사업이 안정화되면서 비중이 분산됐다. MLB의 경우 모자 매출이 78%였지만, 올 상반기 57%로 줄었다. 디스커버리도 의류 매출이 98%로 압도적이었지만, 상반기에 91%로 줄었다. 통상 의류업체는 봄·여름 의류 판매가 저조해 상반기 실적이 부진한데, 신발 사업으로 이를 만회했다는 평이다.
MLB의 경우 중국 관광객과 다이꿍(보따리상)의 호응으로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4% 늘었다. 특히 면세점 매출이 55% 신장했다. 출시한 지 1년 된 가방 브랜드 스트레치엔젤스도 올 상반기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은 상반기 매출이 66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38억원으로 67.7% 늘었다. 매출 비중은 패션이 80%, 화장품이 20%를 차지하지만, 영업이익은 화장품 사업이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비디비치, 아워글래스, 딥디크 등 화장품이 사업이 성장세를 보인 반면, 의류 부문은 비수기의 영향으로 매출이 감소했다. 특히 마트업계의 불황으로 인해 이마트를 중심 채널로 하는 데이즈와 디자인유나이티드의 부진이 계속되면서, 2분기 패션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 35% 역신장했다.
반면, 패션 대기업들은 부진을 이어갔다. LF(093050)는 상반기 매출이 89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55억원으로 같은 기간 13% 감소했다. 코람코자산신탁 인수에 따른 비용 발생과 헤지스 남성 화장품 출시로 인한 고정비 부담이 늘어난 결과로 해석된다. 사업 부문별로는 패션 부문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3% 감소했지만, 화장품 부문은 남성 화장품 헤지스 맨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보여 하반기 출시할 여성 화장품 사업의 전망을 밝게 했다.
한섬(020000)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488억원)이 13.2% 증가했지만, 매출(5963억원)은 4.2% 감소했다. 온라인 사업 매출이 30%가량 늘었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밖에 되지 않아 영향이 미미했다.
삼성물산(028260)패션부문은 상반기 매출이 8726억원으로 전년 수준을 유지했고,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은 상반기 매출이 3.8% 감소했다.
올 하반기에도 패션업계의 전망은 어둡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소비지출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 항목 중 의류비는 94로, 2009년 4월 91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았다.
업계는 하반기에도 신발과 화장품 등 신성장동력을 발굴해 불안감을 해소할 방침이다. F&F는 중국 온라인 쇼핑몰 티몰을 중심으로 중국 사업 확대를 강화하며,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비디비치의 싱가포르 창이 공항, 홍콩 DFS, 태국 면세점과 입점을 타진 중이다. LF는 하반기 여성 화장품을 출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