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빅3’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세계 1·2위 메모리 반도체 회사인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를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이어 3세대 10나노급(1z) D램을 개발하고, 싱가포르에 3D(차원) 낸드플래시 공장을 준공한 것.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이 D램의 경우 기술력이나 제품, 마케팅 등에서 선전하고 있다"면서 "낸드플래시는 업황이 좋지 않지만 미래를 위해 선제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싱가포르 공장.

◇ 삼성전자가 개발한 제품 5개월 만에 성능 높여 공개

20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이번달 3세대 10나노급(1z) 16기가비트(Gb) DDR4 D램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올 3월 3세대 10나노급(1z) 8Gb DDR4를 개발한데 이어 5개월 만에 나온 소식이다. 3세대 10나노급(1z) D램은 초고가의 EUV(극자외선)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도 기존 10나노급(1y) D램보다 생산성이 20% 이상 향상된 제품이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를 직접적으로 거론하진 않았지만 자사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 회사는 자사 홈페이지에 "1z 16Gb DDR4는 이전에 발표된 8Gb DDR4보다 전력 소모가 약 40% 적다"면서 "마이크론의 DD4 제품은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을 줄여주고 성능도 탁월하다"고 했다.

마이크론은 최근 싱가포르에서 낸드플래시 공장을 준공했다. 낸드플래시 시황이 부진하지만 예정된 투자는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싱가포르에서 96단 3D 낸드플래시 제품을 생산할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론은 1998년부터 싱가포르에 투자를 진행했으며, 현재까지 누적 투자금액만 150억달러(약 18조1600억원)가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 SK하이닉스-마이크론, D램 시장점유율 차이 5% 이내

마이크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메모리 반도체 ‘빅3’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D램의 경우 이들 세 회사가 시장의 95% 이상을 차지한다. 마이크론은 2015~2016년에 세계 D램 시장점유율이 20% 아래로 떨어졌지만 최근에는 경쟁력을 회복해 2위 SK하이닉스를 5%포인트 이내로 추격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2013년 일본 메모리 반도체 회사인 엘피다를 인수한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올 1분기 세계 D램 시장점유율(매출액 기준)은 1위 삼성전자(40.6%), 2위 SK하이닉스(29.8%), 3위 마이크론(25.3%) 순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의 D램 점유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국가별로 보면 한국의 입지가 워낙 강력한 상황이지만, 상승세를 무시할 순 없다"고 말했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마이크론의 시장점유율이 과거와 비교해 하락한 상황이다. 마이크론은 2015년만 해도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이 14~15%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10%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올 1분기의 경우 시장점유율이 12.9%(4위)를 기록해 SK하이닉스(9.6%, 5위)를 앞섰다. 반도체 업계는 마이크론의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이 일시적인 반등인지, 상승세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