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비만 10조원에 달한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사업으로 꼽히던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가 역대 최대 골칫거리 정비사업장으로 전락했다.

기존 관리처분계획 인가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조합원들이 제기한 소송이 이들의 승소로 판결 나면서 10월 예정된 이주가 불가능해졌고, 관리처분계획도 엎어질 위기에 처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정비업계의 격언은 이 아파트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불렸던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의 관리처분계획 인가가 무효화됐다. 이번에 관리처분계획 총회 결의 무효확인 소송 결과가 확정될 경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 정부 규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커졌다.

◇무리한 사업속도가 갈등 원흉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는 16일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조합원 한모씨 등 266명이 조합을 상대로 낸 관리처분계획 총회결의무효확인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10월 예정이었던 조합원들의 이주는 불가능해졌고,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항소심인 2심으로 가거나 관리처분계획에 반발하는 조합원들을 달래 소송을 취하하는 방법만 남게 됐다.

이 아파트 재건축 과정을 뜯어보면 사업 추진이 원활하지만은 않을 것이란 단서가 곳곳에 있었다. 먼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지나치게 사업속도를 올렸다. 이 단지는 2017년 9월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10월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해 12월 서초구청으로부터 인가를 받았다. 이 덕분에 2018년 1월 1일 이후 관리처분계획을 신청한 곳을 대상으로 하는 재건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있었다.

보통 1년 가까이 걸리는 과정을 3개월 만에 해치운 셈이다. 무리한 사업 속도는 결국 평형 배정을 둘러싼 갈등으로 나타났다. 조합은 전용 107㎡ 조합원 일부에게는 전용 59㎡와 135㎡를 신청할 수 없다고 안내했지만, 일부의 신청은 받아주며 형평성 문제가 불거졌다. 결국 이들은 관리처분계획 총회결의 무효확인 소송까지 내게 됐고, 이번에 승소 판결이 나면 관리처분계획이 무효가 된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분양가상한제까지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관리처분계획을 다시 세우게 되면 이 아파트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적용돼 사업이익의 상당수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업계는 가구당 최대 8억원, 단지 전체로는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합으로선 소송을 취하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지만, 정비업계 관계자들은 쉬운 과정은 아닐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도 대기하고 있다. 정부는 이르면 10월부터 민간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한다고 했는데 이렇게 되면 아직 이주가 완료되지 않은 단지도 상한제 적용이 불가피하다. 만약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상한제를 모두 적용받게 되면 사업성은 크게 떨어진다.

단지 안에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을 두고 진행되는 소송도 골칫덩이다. LH 명의의 토지 2만687㎡를 두고 조합과 LH가 소유권 갈등을 겪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것 말고도 시공사 선정총회 결의 무효소송 등 다른 소송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재개발 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이 중단될 경우 워낙 피해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조합이 관리처분계획 변경인가나 소송을 제기한 조합원들과의 합의를 통한 자구 방법을 찾을 수 있도 있을 것"이라며 "다만 사업이 지체되며 예상치 못 한 비용이 늘고 정부 규제가 적용돼 사업성이 전보다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명품 아파트 기대는 일장춘몽?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는 5층 이하 동만 있는 2120가구짜리 단지다. 재건축을 통해 최고 35층, 5338가구로 재탄생하게 돼 가구 수만 2배 이상 늘어난다. 대형 면적의 조합원은 집 2채를 배정받을 수 있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꼽혔다. 건설사들이 제시한 설계안도 기존 아파트에서 볼 수 없던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동과 동을 건물 위에서 잇는 스카이브리지와 명품 마감재, 특화설계·조경 등은 아파트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재건축을 위한 시공경쟁도 그만큼 치열했다. 2017년 재건축 수주전 당시 현대건설은 가구당 이주비 7000만원을 제공하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걸었고, 이는 수주 경쟁 업체였던 GS건설과의 비방전으로도 번졌다. 결국 과열 경쟁을 꺼뜨리기 위해 국토교통부까지 개입하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업계에선 ‘오죽 사업성이 좋으면 건설사가 저런 출혈경쟁까지 벌일까’라는 부러움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