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유럽 단독 노선 운항을 중단하고, 해운 동맹 ‘디얼라이언스’가 운영하는 공동 노선에 합류하기로 했다. 해운 동맹 정식 활동은 내년 4월부터지만, 그에 앞서 전략적 주요 노선인 유럽 지역에서 발 빠르게 협력에 나선 것이다.

네덜란드 로테르담항 RWG 터미널에 현대수프림호가 접안해 있다.

1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지난해 4월 출범했던 아시아‧북유럽 단독 노선인 AEX(Asia Europe Express) 운영을 1년 4개월 만에 중단하기로 했다. 현대상선은 19일 부산에서 출항하는 선박을 끝으로 AEX 노선 운영을 중단한다.

현대상선은 2020년 2분기 2만3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선박 투입에 앞서 화주 확보를 위해 4600TEU급 선박 12척을 먼저 투입해 AEX 노선을 운영해왔다. 준비 과정 없이 2만3000TEU급 선박을 한 번에 투입하면 화물을 충분히 채우기 어려워서 일부 화주라도 확보하기 위해 4600TEU급 선박을 미리 운영해 온 것이다.

하지만 유럽 노선 운임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AEX 노선은 현대상선의 대표적인 적자 노선으로 꼽혔다. 유럽 노선 운임은 전통적 성수기인 올해 3분기(7~9월) 진입 이후에도 지난해 3분기보다 20%가량 낮은 1TEU당 676달러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현대상선이 투입한 4600TEU급 선박은 글로벌 선사들이 주로 유럽 지역에 투입하는 1만8000TEU급 이상 초대형 선박 대비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해운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이 화주 확보와 동시에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AEX 노선을 접고, 디얼라이언스가 운영 중인 4개 노선에서 선복(적재용량)을 구매해 사용하기로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상선은 지난 7월 디얼라이언스에 가입하기로 하면서 2020년 4월부터 활동하기로 했다. 정식 활동에 앞서 한발 먼저 협력에 나선 것이다.

현대상선은 디얼라이언스와의 협력을 통해 기항 도시를 늘렸다. 기존 AEX 노선은 네덜란드 로테르담, 독일 함부르크, 영국 사우샘프턴 등 3개 도시만 기항했다. 현대상선이 선복을 구매하기로 한 디얼라이언스 4개 노선은 유럽 지역에서 로테르담, 함부르크, 사우샘프턴뿐 아니라 벨기에 앤트워프, 프랑스 르아브르, 런던 게이트웨이 등을 추가 기항한다.

디얼라이언스도 현대상선과의 사전 협력을 통해 2020년 2분기 이후 도입되는 2만3000TEU급 선박 활용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디얼라이언스 회원사인 독일 하팍로이드, 일본 ONE, 대만 양밍 등은 2만3000TEU급 선박이 충분하지 않다. 현대상선이 유럽 노선에서 주당 4600TEU 선박을 빼기로 하면서 공급이 소폭 조절돼 운임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현대상선은 AEX 노선에 투입했던 4600TEU급 선박에 대한 다양한 활용 방안을 논의 중이다. 2020년 1월 국제해사기구(IMO) 환경 규제를 앞두고 일부 선박이 스크러버(오염물질 저감장치)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공백이 생길 경우 대체 투입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동남아 등 아시아 역내 지역에 4600TEU급 선박을 투입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디얼라이언스에서 선복을 매입하는 것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선복량과 기항지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AEX 노선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