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도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 이어 신흥강국으로 부상하던 인도마저 최근 판매량이 크게 꺾이면서 자동차 시장의 성장세가 정점을 찍고 하강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18일 중국자동차제조협회(CAAM)에 따르면 중국의 7월 자동차 판매대수는 181만대로 지난해 7월보다 4.3% 감소했다. 최근 판매가 위축되고 있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꾸준한 성장 흐름을 보였던 친환경차 판매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감소한 8만대에 그쳤다.

기아차 옌청 2공장에서 중국 근로자들이 조업하고 있다.

중국은 2000년대 이후 높은 경제 성장률과 함께 신차 수요도 매년 빠른 속도로 증가하며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성장엔진’ 노릇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의 무역분쟁으로 경기가 위축되면서 자동차 시장 역시 성장이 꺾이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 시장의 자동차 판매대수는 1048만7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감소했다. 세계 1위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의 판매 부진이 심화되면서 올해 상반기 중국, 미국, 유럽연합(EU), 인도, 멕시코, 브라질, 러시아 등 주요 7대 시장의 자동차 판매대수도 3117만3000대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5.6% 줄었다.

문제는 위축되는 중국 시장의 대안이 될만한 신흥국도 자동차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13억명이 넘는 인구를 보유한 인도의 자동차 판매대수가 올해 들어 눈에 띄게 감소해 이곳에서 중국 판매 부진을 만회하려던 자동차 업체들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인도 자동차 판매량은 155만7000대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0.3% 줄었다. 세계 주요 시장 가운데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판매 감소 폭이 컸다.

인도는 올해 들어 실업률이 최근 4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6.1%까지 치솟은 데다 최근 금리인상과 유가상승 등으로 소비심리가 악화되면서 판매실적이 꺾이고 있다. 지난달 자동차 판매대수는 12만2900대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6% 급감했다.

선진국 시장 역시 상황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상반기 미국 자동차 판매량은 841만3000대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9% 줄었고 유럽 역시 818만4000대로 3.1% 감소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의 성장세가 식어가면서 해외 판매 비중이 큰 국내 자동차 업체도 비상이 걸렸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들어 국내에서 팰리세이드, 신형 쏘나타 등 신차 판매가 호조를 보였지만, 해외에서의 판매 부진으로 7월까지 전체 자동차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감소했다. 쌍용자동차는 올해 들어 수출이 32.8% 급감했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침체와 지역별 상황에 따라 국내 업체의 생산과 판매전략 역시 변화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에서의 공장 가동을 줄이는 대신 판매 감소 폭이 비교적 적은 미국과 유럽으로 자연스럽게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현대차 미국 딜러점에서 한 고객이 차량 구매 상담을 받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올해 미국 시장 전용 모델인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텔루라이드를 출시했다. 텔루라이드는 3월부터 매달 5000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는 등 상반기에만 2만3227대가 팔렸다. 텔루라이드의 선전에 힘입어 기아차는 상반기 미국 시장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늘었다.

현대차 역시 지난달부터 대형 SUV 팰리세이드를 본격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말 제네시스 최초의 SUV 모델인 GV80을 출시하고 내년에는 대형세단 G80의 신형 모델도 미국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주로 국내와 미국 시장을 타깃으로 판매되는 모델인 만큼 GV80과 신형 G80 출시로 현대차의 글로벌 매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기아차는 올해 하반기 유럽에서 현지 전략형 해치백인 씨드의 완전변경모델을 출시해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 신형 씨드는 다음 달 열리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우버와 리프트 등 자동차 공유기업들이 성장하고 차를 공유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어 완성차 판매는 앞으로 계속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각 업체가 기존의 제조·판매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익모델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