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아문디, 공모펀드 이어 사모펀드 이달 내 출시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국의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부품·소재, 장비업체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들 기업에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목적의 사모펀드가 나온다. 정부는 사모펀드 자금이 부품업체에 공급되면 반도체 소재의 국산화 작업이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NH-아문디자산운용은 부품·소재·장비기업에 투자하는 공모형 펀드 'NH-아문디 필승코리아 펀드'를 지난 14일 출시한 데 이어 기업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고 경영전략 수립을 돕는 사모펀드를 이달 중 내놓을 계획이다. 펀드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사모펀드는 49인까지 모집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금 규모에 따라 투자대상을 확정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오전 농협 국회지점에서 NH-아문디자산운용이 일본의 수출규제 등에 따른 무역 여건 변화에 대응해 출시한 'NH-아문디 필승코리아 펀드'에 가입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영훈 NH-아문디자산운용 대표이사, 박찬대 의원, 김병욱 의원.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모펀드로 부품·소재·장비 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이들 기업의)주가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기업에) 자금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면서 "또 부품시장이 크지 않아 공모 펀드가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와 같은 대기업 주식만 담는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모펀드보다는 사모펀드가 기업들에 훨씬 도움이 되는데, 사모펀드를 만들어 전환사채(CB)를 인수해주고 경영 전략 등에 대해서도 조언해준다면 국산화 작업이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동안 부품 국산화가 더뎠던 이유로는 정부의 규제 외에도 대기업의 보수적 성향, 부족한 중소기업들의 자금력 등이 꼽힌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일본의 우수한 거래처가 있는 상황에서 굳이 국내 중소기업의 국산화를 지원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국산화를 하려면 테스트가 필요한데, 그러려면 기존 생산을 멈춰야 한다"면서 "대기업이 이런 것을 좋아할 리 없고, 자금력도 부족해 진행할 수 없었다"고 했다.

NH-아문디 외에도 몇몇 운용사가 사모펀드를 만들어 국내 중소기업의 부품 국산화 작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일부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를 설립해 주요 주주로 경영권에도 영향을 미치면 기업의 경쟁력이 더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부품시장이 전면 국산화되면 연구개발(R&D) 능력이 우수한 부품업체의 경우 매출이 2~3배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정부 방침이 국산화를 지원하겠다는 쪽이라 금세 성과가 나타날 수 있고, 자금 모집도 수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지난 14일 출시된 'NH-아문디 필승코리아 펀드'는 하루만에 282억원의 자금이 모집됐다. 판매사들은 최근 불고 있는 반일열풍 속에 오랜만에 흥행에 성공하는 공모펀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