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김현미 장관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적용되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두고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연일 분양가 상한제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반면, 기재부는 분양가 상한제가 곧장 시행되는 것은 아니라며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분양가 상한제 관련 주택법 시행령이 발효된 후 적용할지 여부에 대해선 관계부처의 별도 판단이 필요하다"며 기재부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분명히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에 부활한 분양가 상한제는 1·2단계로 나눠, '제도의 틀'을 만들어 두는 1단계와, 이를 실제 적용하는 2단계로 틀이 짜였다는 것이다. 12일 국토부가 발표한 분양가 상한제 개선안은 관련 시행령을 개정해 제도의 틀을 갖춰두는 차원이고, 앞으로 어느 지역에 언제 실제 적용할지는 기재부 등 관련 부처 조율을 거쳐 2단계로 시행하겠다는 얘기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 실제 적용을 위한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에 기재부 1차관이 당연직 위원으로 속해 있는 데다 추후 관련 이슈에 대한 녹실 간담회(비공개 경제장관회의)에서도 반드시 조정자 역할을 할 것"이라며 "국토부는 자칫 부동산 정책 위주로만 정책을 바라볼 수 있는데, 기재부는 실제 적용 시기에 즈음해 국내 경기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칼'(분양가 상한제 실제 적용)을 뽑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김현미 장관은 13일 라디오방송에 나와 "참여정부 때인 2007년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해 부동산 시장이 안정됐다. 그런데 2013~2015년 이런 모든 규제가 풀려 부동산이 오르고 과도한 가계 부채, 이에 따른 내수 침체 등으로 연결됐다"며 강력한 규제의 필요성을 또다시 강조했다. 또 강남 재건축을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강남에서 평당 분양가 시세가 1억원이 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했다"고 말했다.

이번 분양가 상한제 도입 과정에서 경제 총괄 부처인 기재부는 김현미 장관의 강경론을 누그러뜨리느라 진땀을 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토부가 '건설 경기에 미치는 여파도 별로 없을 것'이라며 분양가 상한제를 밀어붙이려고 하자 홍남기 부총리가 '그렇게 판단하는 증거를 가져오라'고 요구해 제동을 걸었다"고 전했다.

결국 기재부와 국토부 중 어느 부처의 '말발'이 센지는 10월 주정심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그러나 주정심은 정확한 구성원과 결정 과정 모두 베일 속에 가려져 있고 회의록도 공개되지 않는다. 위원장인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기재부 1차관 등 13명의 당연직 정부 관계자, 11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된다는 점 정도만 알려졌을 뿐이다. 현 정권 들어 열린 주정심 회의에서는 국토부 안건이 100% 그대로 통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