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큰 폭으로 예산이 늘어난 분야는 복지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편성한 2018년 예산안은 429조원 규모로 전년보다 7.1% 증가했다. 그런데 보건·복지·노동 예산은 11.7% 급증한 144조7000억원(전체 예산의 33.7%)으로 꾸려졌다. 문 대통령의 복지 확대 공약을 이행하느라 예산이 불어난 것이다. 아동수당을 신설(1조1000억원)하고, 기초연금을 인상(1조7000억원)하며, 최저임금 인상을 직접 지원(3조원)하는 데 뭉텅이 돈이 들어갔다.

지난해 정부가 편성한 470조원 규모의 2019년도 '수퍼 예산'에서도 일자리·복지 예산이 크게 불었다. 현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을 뒷받침한다는 취지였다. 일자리 예산을 포함한 보건·복지·노동 예산이 161조원으로 11.3% 크게 늘며 몸집이 커졌다. 복지 예산 증가율은 전체 예산 증가율(9.5%)을 앞질렀다. 복지 분야가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4.3%로 늘었다. 올해 복지 예산을 2017년(129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2년 만에 30조원 넘게 증가했다.

반면 사회간접자본(SOC), 연구·개발(R&D) 등 미래를 위한 투자는 대폭 줄이거나 소폭 인상에 그치는 일이 이어졌다. 고정적 복지 지출이 늘자 국가 채무가 급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미래 투자를 깎아내린 것이다. 특히 2018년도 예산에선 "경기 부양용 토건(土建)사업은 안 하겠다"는 대통령 공약 때문에 SOC 예산을 기존 22조1000억원에서 19조원으로 14%(3조1000억원) 깎았다. 4차 산업혁명 등에 대응하는 R&D 예산도 1%(2000억원) 늘리는 데 그쳤다. 2019년에도 SOC 예산은 전년 대비 4.2%, R&D 분야는 4.1% 증가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정치적으로 '표'를 의식한 현금 살포성 예산을 늘리고 미래 투자를 소홀히 하면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고 우려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복지 지출을 늘리는 확대 재정 전략을 유지하려면 증세가 불가피한데, 증세로 민간 자금이 정부로 흡수되면 경제 활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복지 지출 증가를 최소화하고 민간 부문의 투자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대하기 위한 예산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