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노조가 파업 결정을 미루고 올해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을 재개하기로 했다. 최근 한국과 일본의 갈등으로 국내 산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파업을 강행하는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6월 8일 울산 현대차 문화회관에서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하기 위한 대의원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13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14일부터 사측과 임단협 교섭을 재개해 20일까지 성실하게 교섭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19일부터 공휴일과 주말 특근은 거부하기로 했다.

노조는 일단 사측과 임단협 교섭을 진행한 후 오는 20일 열리는 쟁대위 2차 회의에서 다음 일정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당초 여름휴가가 끝난 후 처음으로 열리는 이날 쟁대위에서 노조가 파업을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정년연장과 상여금 통상임금 적용 등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에 대해 사측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데다, 노조 내부에서도 파업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과 30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 노조의 파업 찬반투표에서는 전체 조합원들의 70.5%가 찬성표를 던졌다.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들 가운데 84.1%가 파업에 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지난달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 첨단소재 수출제한 결정이 나온 후 양국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현대차 노조도 파업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지난 2일 일본이 한국을 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국인 ‘화이트리스트’에서도 배제해 국내 산업계의 위기가 커지면서 노조 내부에서도 "지금은 파업에 나설 때가 아니다"라는 의견이 늘었다.

현대차 노조는 이같은 상황을 의식해 지난 12일 긴급성명을 내고 "일본의 수출규제 경제도발을 규탄하지만, 합법적이고 정당한 투쟁까지 제한해서는 안 된다"며 "사측이 노조의 핵심요구를 전향적으로 수용하고 일괄 제시안을 내놓는다면 추석 전 임단협을 타결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