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성·내각부 산하기관 연구 지원받기도

신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조성욱 서울대 교수가 과거 여러 차례 일본 정부 산하 기관의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일본 학계와 상당한 네트워크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조 후보자의 이런 배경이 현재 공정위 현안 중 하나인 대우조선해양과 한국조선해양(옛 현대중공업)의 합병 심사와 관련해 일본 경쟁 당국과 공동보조를 맞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지난 9일 신임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으로 지명된 조성욱 서울대 교수가 12일 서울 소공동 공정거래조정원에 설치된 후보자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14일 학계에 따르면 조 후보자는 2004년 당시 일본 재무성 산하 국책금융기관이었던 일본개발은행(현 일본정책투자은행)이 운영하는 학술 연구 프로그램 ‘시모무라 펠로우십’으로 선정됐다. 시모무라 펠로우십은 일본을 대표하는 경제학자 시모무라 오사무(下村脩)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일본 외 학자 대상 연구 프로그램이다. 시모무라 펠로우십에 선정되면 일본개발은행 직원들과 공동으로 연구할 수 있다.

1991년 시작돼 현재 39명이 선정된 시모무라 펠로우십 대상 가운데 한국인은 조 후보자와 오스트레일리아 모나쉬대 최종우 교수 두 사람 뿐이다. 조 후보자는 당시 연구를 2005년에 ‘일본 은행 문제의 원인(From Cherry Picking to Bottom Feeding: A source of bank problems in Japan)’이란 제목의 일본개발은행 보고서로 발간했다. 이 논문에서 조 후보자는 1956~2001년 사이 일본 은행이 이익률이 낮은 기업이나 부동산에 과도하게 대출하면서 부실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또 조 후보자는 지난 2016년 일본 내각부 산하 경제사회종합연구소가 ‘인구감소가 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실시한 국제공동연구에 참여했다. 이듬해 경제사회연구소가 발간한 ‘경제분석’에 조 후보자는 '주택가격이 은행 산업 성과에 미치는 영향-미국 대도시권역 자료(MSA)를 기반으로'라는 논문을 게재했다. 이 논문에서 조 후보자는 미국에서 주택 가격이 낮았던 지역일수록 은행 대출에서 부동산 대출 비중이 작고, 기업 대출 비중이 높다고 분석했다.

일본개발은행이 운영하는 국제 연구 지원 프로그램 시모무라 펠로우십 선정 명단. 조성욱 신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2004년 7~9월 해당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조 후보자의 초기 연구 업적은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지난 1994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미국과 일본의 경영진 보상과 인센티브: 사업 구조와 거버넌스에 미치는 영향(Management incentive compensation in the U.S. and Japan : product market structure and governance effects)’이란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또 1999년 미국 매사추세츠대(MIT)가 발간하는 1급 학술지 경제통계평론(Review of Economics and Statistics)에 게재한 ‘일본에서 전략적 경영 인센티브 보상(Strategic Managerial Incentive Compensation In Japan)’이란 논문에서는 1968~1992년 796개 일본 기업을 분석했다.

이러한 이력 때문에 조 후보자가 공정거래위원장에 취임하면 일본 경쟁당국과 원활하게 업무 협조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공정위 최대 현안 중 하나는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적절한 지에 대한 기업결합심사다. 한국뿐만 아니라 EU(유럽연합), 일본 경쟁당국이 어떤 심사 결과를 내놓을지가 관건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한 곳에서라도 합병 불허나 특정 사업부 매각 등의 결과를 내놓으면 현대중공업이 이를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국제 M&A(인수합병) 심사의 경우 한 나라만 튀는 결론을 내기 어렵다"며 "일본 공정취인위원회(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 역할을 하는 부처)와 원만하게 소통할 경우 통상 갈등의 영향을 받지 않고 합리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