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불법보조금 신고 후 경쟁사들보다 LTE폰 최고 60만원 보조
LG유플러스 "평소 수준...일부 판매점서 자체 지급한 것" 해명

LG유플러스가 SK텔레콤·KT 등 경쟁사들의 5G(5세대) 단말기 불법 지원금 지급 행태를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한 뒤 4G(LTE) 단말기(폰) 불법보조금을 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타사를 불법보조금 사용으로 방통위에 사실 조사를 요청해 놓고, 4G 단말기에는 오히려 과도한 보조금을 제공해 시장을 혼란스럽게 한다는 지적이다.

1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의 서울 인천 부천 등지 일부 유통점에서 번호이동 시 갤럭시 노트9이 공짜, 아이폰XR은 15만원으로 타사 대비 9만~50만원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새미로모바일(인천), HM코리아(영등포), 위드런(부천), 씨비즈, 타메(서울 광진구), 해피모바일 등의 LG유플러스 대리점은 5G 단말기 혜택을 줄이고 LTE 폰에만 57만원~60만원의 선의 추가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이에 대해 "일부 판매점에서 자체 지급하는 부분적인 내용을 경쟁사들이 전체 보조금으로 부풀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단통법 상 공시지원금 외에 보조금은 모두 불법보조금으로 간주된다. 판매점에서 자체지급하는 보조금도 통상 통신사에서 보전해주기 때문에 기준을 초과하는 부분은 불법보조금에 해당된다.

최근 인터넷 카페 등에 올라온 LG유플러스 불법 보조금 홍보글.

앞서 지난달 24일 LG유플러스가 방통위에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위반 의혹을 제기하며 실태 점검과 사실조사를 방통위에 요청했다. 이는 2014년 10월 단통법 시행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LG유플러스는 정작 4G 단말기를 대상으로 불법 보조금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LG유플러스가 통신 3사 가운데 유일하게 MNP(번호이동)가 지속적으로 순증 실적을 낸 배경에도 보조금 효과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LG유플러스가 방통위에 사실조사를 요청한 지난달 24일이 속한 7월 4주차에 1093개, 7월 5주차에 1012개, 8월 1주차에 784개 등의 MNP 순증(전주 대비)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SK텔레콤과 KT는 MNP가 3주 연속 순감했다. 일반적으로 번호이동은 보조금 혜택에 큰 영향을 받는다. 통신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가 방통위 신고 이후 4G 번호이동에 집중하며 MNP를 늘렸다고 분석한다.

그래픽=박길우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LG유플러스에서 5G 단말기 확보가 되지 않고 너무 많은 마케팅 비용을 사용해 5G에 적극적인 영업을 못한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LTE 폰에 많은 보조금을 뿌려 번호이동 가입자를 중심으로 영업활동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는 LG유플러스가 불법 보조금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기 때문이다. 불법 보조금 지급과 관련해 방통위에서 받은 경고 횟수도 LG유플러스는 최소 4회 이상으로 각 1회씩 받은 SK텔레콤과 KT에 비해 많다.

통신 3사 가운데 3위인 LG유플러스는 5G 시장 초기 막대한 마케팅 및 보조금을 통해 시장에서 약 30%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4:3:3의 시장 구조를 형성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실적이 악화되며 하반기에는 상반기처럼 막대한 5G 보조금을 쏟아붓는 게 여의치 못한 상황이다.

삼성 갤럭시노트10.

특히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갤럭시 노트10’, ‘갤럭시 폴드’를 5G 모델로만 출시하고, LG전자도 하반기 전략 5G 스마트폰을 9월에 공개한다. 5G 확산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올해 가입자가 최대 500만까지 기대되고 있다.

이에 LG유플러스는 방통위 신고를 통해 5G 출혈 경쟁을 막은 뒤, 빈틈인 4G 시장을 공략하며 숨 고르기에 나선 것이다. 4G 단말기 지원 비용은 5G 단말기 지원 보다 적고 주목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도 갤럭시 노트10 등 5G 시장에 맞춰 조사를 집중 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신고한 상황에 대해 아직 조사 착수는 못했다"면서 "갤럭시 노트10 예약 기간을 살피며 조사 범위나 대상은 시장 상황을 보면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LG유플러스는 평소 수준의 장려금을 유지하고 있을 뿐 과다하게 4G에 대해 장려금을 지급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평소 대비 LTE 장려금을 지나치게 축소하면 외려 LTE 판매가 위축돼 고객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다"며 "경쟁사들이 일부 판매점에서 자체적으로 지급하는 부분적인 내용을 전체인 것처럼 포장하려는 것은 5G 시장 불법 보조금 지급 사실을 숨기려는 물타기 의도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또 이 관계자는 "방통위가 비정상적인 보조금 영업이 활개치고 있는 통신 시장을 조속히 안정화시켜 주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