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여행 81% 감소 가정…체감 성장률 하락은 일본이 9배 커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에 반발해 일본여행을 취소하는 행렬이 내년까지 이어질 경우 일본의 내년 경제성장률은 약 0.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최근 20년 간 우리나라의 대(對) 일본 여행서비스 지급 추이를 고려해 한국인의 일본관광이 81.2% 줄어들 경우를 가정했다. 일본에서도 한국여행이 급감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내년 한국 성장률이 하락하는 정도는 0.05%포인트로, 일본의 성장률 하락효과가 두 배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경제연구원이 13일 발간한 '한일 여행절벽의 경제적 피해와 시사점'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의 여행감소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일본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됐다. 한일간 여행 감소가 내년까지 이어질 경우, 내년 일본의 경제성장률 하락효과가 약 -0.1%포인트, 한국은 -0.05%포인트로 나타났다.

지난 4일 부산에서 대마도로 향하는 한 여객선 좌석이 텅 비어 있다.

연구원은 한국인의 일본관광이 81.2% 감소하는 경우를 가정했다. 지난해 51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던 우리나라의 대(對) 일본 여행서비스 지급액이 최근 20년간 가장 낮은 수준인 9억7000만달러(1998년)로 급감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 반면 일본인의 한국관광은 39.0% 감소한다고 가정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대(對) 일본 여행서비스 수입액이 지난해 17억7000만달러에서 20년 내 최소치인 10억8000만달러(2015년)로 줄어드는 경우를 가정한 것인데, 지급액에 비해 상대적으로 격차가 적었다.

연구원은 한국인의 일본 방문자 수가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764만명으로 4년 전(267만명)에 비해 세 배가량 늘어나면서 여행 취소에 따른 피해가 일본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본인의 지난해 한국 방문자 수는 약 295만명으로 4년 전(228만명)보다는 늘었지만 2012년 최대규모(352만명)에 비해서는 크게 모자란 수준이다.

두 나라의 체감적인 성장률 하락을 보면 일본이 한국의 9배에 달한다. 일본의 경우 2009~2018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0.7%라는 점을 감안할 경우 성장률 0.1%포인트 하락은 14.3%(-0.1%/0.7%)의 하락효과를 가지는 데 반해 한국은 같은 기간 연평균 성장률이 3.1%로 하락효과를 환산하면 1.6%(-0.05%/3.1%)에 그친다.

이외에 경제 전체의 직·간접적 피해의 절대 규모 면에서 일본의 피해가 한국의 피해보다 확연히 큰 것으로 분석됐다. 생산 감소 규모는 일본이 한국의 4.7배, 부가가치와 고용의 감소 규모는 일본이 각각 5.9배, 5.3배 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상호 여행 감소에 따른 피해는 일본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반작용으로 국내 소비자 효용 손실, 국내 관광산업의 업황 악화 등의 피해도 예상된다"며 "외교 갈등이 경제전쟁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고 국내 관광산업의 어려움이 해소될 수 있는 적극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