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일 투기과열지구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 대책을 발표하자, 규제 사정권을 벗어난 지역으로 투자수요가 유입되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특정 지역을 겨냥한 ‘핀셋’ 규제가 생겨나면 투자 수요는 이를 피해 규제를 피한 지역으로 흘러가는 풍선효과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풍선효과가 이번에도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과 거시경제 불안 요인이 커 풍선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현재 서울 전역과 세종, 과천, 광명, 하남, 성남 분당구, 대구 수성구 등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있다. 국토교통부는 앞으로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투기과열지구 안에서 분양가상한제 대상 지역을 선별할 계획이다. 거래와 가격 변화와 같은 시장 상황을 분석해 시·군·구 단위로 적용 지역을 지정할 것이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

◇ 규제 밖 지역 풍선효과 재현될까
우선 규제를 피한 지역으로 투자 수요가 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2007년 9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전국에 동시 적용했던 과거와 달리,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에 한정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투기과열지구로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을 특정한 것은 위축된 지방 주택시장을 배려하고 가격 불안 진원지만 정밀 타깃하겠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그는 "적용 대상 밖 지역으로 투자수요가 분산되는 등 풍선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대전, 대구, 광주 등 기존에 공급이 부족했던 비규제 지역 분양 시장으로 투자 수요가 몰려 이들 지역의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과 같은 맥락이다.

실제 HUG에 따르면 작년 5월 3.3㎡당 959만원이었던 광주 지역 평균 분양가는 올해 5월 기준 1160만원으로 20.9% 상승했다. 같은 기간 대전 아파트 분양가는 20.5%, 대구는 12.7% 올랐다. 이 기간 서울 분양가 상승률 12.5%보다 상승폭이 더 컸다.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하면 일반분양 수입이 감소해 투기과열지구의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이 위축될 가능성이 큰데, 투기과열지구의 재건축 투자 수요가 비규제 지역 등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홍춘욱 숭실대 겸임교수는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재건축 사업장이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혔는데, 앞으로 이들 단지도 분양가상한제 대상이 되면 투기과열지구가 아닌 곳으로 투자 수요가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변수 많아 서울 밖으로 넘어가기 어려워
반면 비규제 지역으로 투자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기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많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론적으로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으나, 현재 거시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 투자수요가 비규제 지역으로 과다하게 몰리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과거 과천, 광명, 분당 등으로 인구가 분산되고 이들 지역 집값이 오를 수 있었던 건 교통환경과 생활 인프라 등 생활기반이 잘 갖춰진 데다 서울 접경 지역이라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규제를 피했다고 해서 풍선효과가 반드시 나타난다고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홍춘욱 교수도 "규제 밖 지역보다는 서울 신축 아파트의 가치 상승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투기과열지구 중심으로 오히려 분양시장 쏠림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수요자들이 서울 아파트 청약 시장에 대거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담은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은 입법예고 등 과정을 거쳐 이르면 10월에 시행된다. 이날 국토부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 대상 요건이 된다고 반드시 그 지역을 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시장 상황을 고려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여지가 없다고 보면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 투기과열지구를 추가로 지정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분양가상한제
분양가상한제는 새 아파트의 분양가를 땅값과 건축비를 더해 일정 금액 이하로 분양가를 제한하는 제도다. 주변 시세나 최근 분양가와 비교하게 했던 기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을 통한 가격 규제보다 훨씬 강력한 규제로 꼽힌다. 지금까지는 사실상 공공택지에만 적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