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에 사는 주부 임모(37)씨는 지난달 밤 10시 50분쯤 SSG닷컴의 새벽 배송 사이트에서 삼계탕과 돼지고기, 쌈채소를 구입하려다 결제 단계에서 실패했다. '익일 새벽 배송' 예약 항목에 체크를 할 수 없도록 시스템이 막혀 있었기 때문이다.

임씨는 "SSG닷컴의 주문 마감(자정)보다 1시간 10분이나 앞선 시점에 주문이 안 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며 "불 켜진 심야식당에서 주인이 '재료 떨어졌으니 나가라'고 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이는 SSG닷컴이 하루 최대 배송 건수를 5000건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SSG닷컴 측은 "물류 처리 능력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주문량을 무턱대고 늘리는 것은 오히려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어서 최대 주문 건수를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켓컬리는 올해 초 배우 전지현〈사진〉씨를 모델로 발탁한 뒤 '전지현의 역설'에 시달리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가 크게 올라가 주문량도 껑충 뛰었는데, 물류 시스템이 받쳐주지 못해 품절·오배송 사태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마켓컬리를 초창기부터 쓴 충성 고객 박모(42)씨는 "최근 이른 오후부터 품절 상품이 급격히 늘었다"며 "요즘은 '새벽 배송 유목민'처럼 쿠팡과 SSG닷컴까지 두루 살펴본다"고 했다.

전국에 물류 인프라 60여 곳을 갖춘 쿠팡은 적자 구조 개선을 위해 공급가 줄이기에 나섰다가 납품업체로부터 역풍을 맞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손실 보전·무단 반품을 부당하게 요구했다"며 지난 6월 쿠팡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