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최강자' 한국 조선소들을 따라잡기 위해 손을 잡았다.

중국 1위 해운사인 중국원양해운(COSCO)과 일본 3대 해운사인 MOL(Mitsui O.S.K. Line)은 지난 6일 LNG 및 에탄 가스 운송 프로젝트 협력을 확대하는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밝혔다. 중국 COSCO와 일본 MOL은 이번 MOU를 통해 북극해 LNG 개발사업인 야말 프로젝트 등 신규 LNG 운송계약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조선업계는 중국과 일본이 새 운송사업에 필요한 신규 LNG선 발주를 중국 조선소에 몰아주며 한국 견제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이런 '협력 관계'는 조선업계에서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기술력이 부족한 중국은 10년 전부터 일본 선사로부터 기술지도를 받아 선박을 만들어왔다. 조선소들이 자체적으로 선박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선사들이 원천 기술을 갖고 있다. 조선업보다는 해운업에 강점을 가진 일본은 중국에 기술을 내주는 대신 새 운송로 확보 등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중국 내 합작조선소 건립도 앞두고 있다. 중국 최대 민영조선사 장수뉴양즈장과 일본 특수선 전문업체 미쓰이E&S의 합작사가 이달 내로 출범할 예정이다. 새로 출범할 합작사는 소형 LNG 운반선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중국과 일본 조선업계가 합작사를 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6일 중국 COSCO와 일본 MOL 관계자들이 MOU 서명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박 시장 수요를 주도하고 있는 LNG선의 경우 한국이 압도적인 패권을 쥐고 있다"며 "이를 견제하기 위한 중국과 일본의 움직임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선의 85% 이상을 가져왔다. 국내 조선사들은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꼽히는 LNG선 건조 기술력에서 중국, 일본 등 경쟁국보다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LNG 운반선 화물창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증발 가스를 100% 다시 액화, 화물창에 집어넣는 ‘완전재액화시스템(FRS)’에서 앞서 있다.

기술력에서 한국이 중국과 일본에 앞서고 있지만 안주하기에는 추격 속도가 빠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의 고부가가치 선박 기술 격차는 2014년 3.6년에서 지난해 3.4년으로 좁혀졌다. 양종서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중국, 일본과의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계속 기술주도권을 놓지 말아야 한다"며 "R&D 투자와 함께 친환경 선박, 스마트십 등 차별화된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