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11년여 만에 공식적인 포치(破七) 시대를 열었다. 7이 무너진다는 뜻의 포치는 위안화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에 대해 중국이 포치로 응수하면서 두 경제 대국 간 무역 전쟁은 환율 전쟁으로 확전될 전망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8일 달러당 위안화 기준 환율을 전날보다 0.06% 올린(위안화 가치 하락) 7.0039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미 외환시장에서는 지난 5일부터 위안화 환율이 7위안대로 올라왔지만, 중국 인민은행이 고시하는 기준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인 2008년 5월 이후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놓고 오랜 기간 날 선 공방을 벌여왔지만 위안화 환율이 7위안을 넘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2017년 초 위안화 환율이 급등(가치 하락)해 7위안 선에 근접했을 때는 중국 정부가 외환 보유액을 쏟아부어가며 7위안 돌파를 막기도 했다. 그랬던 중국 정부가 급기야 포치를 용인한 것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이자,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조치의 충격을 줄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중국이 수출하는 제품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반대로 외국인 자본이 중국에서 빠르게 빠져나가고 주가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의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

11년 만에 다시 찾아온 포치 시대는 한국에도 충격을 안길 전망이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원화 환율이 위안화 환율을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 당분간 원화가 더 약세(환율 상승)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5.75원 내린 1209.15원에 거래를 마쳐 큰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