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7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10'을 공개했다.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 미·중 무역 분쟁의 충격을 고스란히 맞고 있는 한국 대표 기업이 혁신(革新) 신제품으로 위기 국면 돌파에 나선 것이다. 세계 1위 스마트폰 업체인 삼성은 이날 갤럭시노트를 출시한 지 8년 만에 처음으로 2종의 신제품을 내놨다. 예전보다 더 커진 화면의 '갤럭시노트10플러스'와 갤럭시S10과 비슷한 크기의 '갤럭시노트10'을 동시에 선보였다.

삼성은 이날 세계 소프트웨어 1위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전략적 제휴도 발표했다. 두 회사가 PC와 스마트폰의 경계를 허무는 미래 혁신 분야에서 협력한다는 내용이다. 행사장인 뉴욕 바클레이스 센터는 세계에서 온 4000여명의 취재진과 IT(정보기술) 업계 관계자로 꽉 찼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첨예한 정치·외교 문제가 벌어져도 기업은 묵묵히 제품, 혁신으로 승부하는 것이 살길"이라고 했다.

◇신제품 2종 공개… '아이폰11'과 경쟁

이번 신제품은 '갤럭시노트가 좋은데 너무 커서 못 쓰겠다'는 고객까지 끌어안았다. 노트10(화면 6.3인치)과 노트10플러스(6.8인치)의 두 종류로 제품을 출시한 이유다. 애플이 9월 초 '아이폰11(가칭)'을 공개할 예정인 가운데 선공(先攻)에 나선 것이다.

갤럭시노트10을 소개하는 고동진 사장.

이날 체험한 갤럭시노트10은 얇은 두께(7.9㎜)와 한 손에 쏙 들어오는 매끄러운 느낌이 인상적이었다. 예전 갤럭시노트는 남성이 한 손으로 쥐기에도 큰 크기였지만 신제품은 여성도 부담이 없을 정도다. 노트10은 제품 크기가 갤럭시S10과 비슷하지만 화면은 더 크다. 노트10플러스는 전작(前作)인 노트9(6.4인치)의 뒤를 잇는 제품이다. 제품 크기는 비슷하고 두께는 더 얇아졌다. 역대 최대 화면 크기다. 테두리를 거의 없애다시피 해 화면을 최대로 만든 것이다. 보는 방향에 따라 각기 다른 색으로 변하는 '아우라 글로우' 색상은 독특했다.

삼성 관계자는 "기존의 충성도 높은 노트 고객은 유지하면서 작은 화면에서도 펜을 써보고 싶은 신(新)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것"이라며 "고객이 원하는 것은 뭐든지 만든다는 게 현재 삼성의 전략"이라고 했다. 다만 LTE(4세대 이동통신)·5G(5세대 이동통신) 모델까지 따로 만드는 이런 다(多)모델 전략을 쓰면서 하반기 수익성은 다소 악화할 전망이다. 현재 미국 제재에 발목 잡혀 있지만 줄곧 물량전으로 도전해온 2위 화웨이를 의식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갤럭시노트의 트레이드마크인 'S펜'의 기능도 대거 향상됐다. 기존에는 S펜으로 화면 위에 쓱쓱 필기하면 그림 파일로만 저장됐는데 이제는 알아서 문자로 변환해준다. S펜을 들고 한글로 '학교 종이 땡땡땡', 영어로 'shopping list'를 나란히 필기체로 흘려 써봤는데, 정확하게 문자로 변환해 워드 문서까지 만들어냈다. S펜 버튼을 누른 채 허공에서 상하좌우로 움직이거나 시계·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여섯 가지 동작을 통해 폰을 원격 조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진을 찍을 때 공중에서 S펜을 회전하면 줌인(zoom-in) 되거나 줌아웃(zoom-out) 되는 식이다. 이어폰을 꽂는 구멍이 사라진 것도 특징이다. 충전 구멍에 이어폰을 꽂아 쓰는 형태다. 애플이 최근 신형 아이폰에 채택한 깔끔한 디자인을 따라 한 것이다. 제품 출시는 8월23일, 가격은 120만~140만원대다.

◇'모바일 1등'과 'PC 1등' 손잡다

이날 삼성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대대적인 협력을 발표했다. 모바일(스마트폰) 1등과 PC 1등이 손잡고 양쪽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에 나선 것이다. 첫 단계로 양사는 '윈도10' 운영체제(OS)를 탑재한 PC와 갤럭시 스마트폰을 무선으로 연동해 자유자재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했다. PC에서 스마트폰의 알림이나 메시지를 확인하고, 답장도 보낼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방금 찍은 사진을 PC에 곧바로 띄워 편집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를 위해 PC와 스마트폰의 장점을 결합한 '갤럭시북S'란 제품도 새롭게 선보였다. 13.3인치의 터치 스크린에 LTE 통신을 탑재한 노트북 형태의 제품이다. 삼성 관계자는 "올가을에는 스마트폰의 사진을 자동으로 MS 클라우드에 저장해, 언제 어느 기기에서나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등 MS와 협력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삼성은 이번 신제품에 유엔개발계획(UNDP)과 함께 만든 기부 앱을 기본 탑재한다. 이 앱에 뜨는 광고를 보면 수익이 UNDP에 전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