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은 휴가철과 무더위 탓에 ‘분양 비수기’로 꼽히지만, 올해 공급량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배 이상 늘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 등 고분양가를 제한하려는 정부 규제를 피해 분양을 서두르는 단지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서비스 업체 직방에 따르면 8월에는 전국 39개 단지 3만6087가구 중 2만8143가구가 일반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22개 단지 8434가구 가운데 5637가구가 일반분양되는 것에 그쳤다. 전체 가구수는 2만7653가구(328%)가 늘고, 일반분양도 2만2506가구(399%)가 더 나올 전망이다.

3만6087가구 중 2만5502가구는 수도권 분양 물량이다. 서울에서는 5253가구, 경기도에서는 1만9072가구가 쏟아질 예정이다. 지방에서는 1만585가구가 계획돼 있다. 그 중 경남이 4298가구로 가장 많이 공급될 예정이다.

이달 분양 예정된 서울 동작구 사당동 ‘이수푸르지오더프레티움’ 조감도.

지난 6~7월에 고분양가 관리지역 분양가 심사기준 변경과 추가지정 등 부동산 정책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건설사들이 후분양을 검토하거나 분양을 연기하는 곳들이 늘어나는 추세였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검토키로 하자 건설사들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물량을 서둘러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분양가상한제가 민간택지에 적용될 경우 서울 강남 등 집값이나 청약 과열이 우려되는 지역에 한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분양가상한제를 피하려는 분양 물량이 일시에 쏟아지고, 각종 규제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제동이 걸리면 앞으로 약 5년 후에는 신규공급이 줄어 기존 집값이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이달 건설사들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앞두고 분양 물량을 쏟아냈다"며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공급 물량이 줄어들면, 새 아파트 희소성이 부각되면서 5년 이하 신축 아파트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분양가상한제의 타깃이 될 서울은 공급 물량이 줄어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도 있다"며 "규제를 앞둔 건설사들의 밀어내기식 분양에도 문제가 있는데, 상한제가 적용될 단지를 기다리는 동안 미분양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