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로 SR테크노팩 대표는 “일본에서 전량 수입하던 즉석밥 용기 뚜껑용 산소차단 필름을 개발했고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전량 수입하던 즉석밥 용기 뚜껑용 산소차단 필름을 개발했고 올해 안에 상용화가 된다."

지난 2일 만난 조홍로 SR테크노팩 대표는 "국내 1위 즉석밥 용기 제조업체라고 자부했지만, 핵심 소재 기술은 없었다. 진정한 1위가 아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SR테크노팩은 국내 1위 즉석밥 용기 제조업체다. CJ제일제당, 오뚜기 등 식품 회사에 즉석밥 용기를 공급하고 있고, 국내 시장 점유율은 55%에 달한다.

하지만 SR테크노팩만이 지닌 핵심 소재 기술은 없었다. 조 대표는 "일본 등 해외에서 핵심 소재를 수입해 제품을 생산하는 가공업만으로는 회사가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우리 회사 소재가 없으면 제품을 만들 수 없을 정도의 소재 기술을 지녀야 그 분야 진정한 1위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순 가공만으론 성장 한계 "핵심 소재 기술 있어야"

조 대표는 2세 경영인이다. 부친인 조락교 회장이 1980년 우유팩 제조업체 삼륭물산(014970)을 설립했고, 2011년 조 회장에 이어 삼륭물산 대표에 올랐다. 이듬해에는 SR테크노팩(구 이생테크노팩)을 인수했다. 당시 SR테크노팩은 국내 식품 포장재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는 몇 안 되는 업체 중 하나였다.

조 대표는 SR테크노팩이 삼륭물산의 우유팩 사업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판단했다. "식품 회사 등 고객이 같았고 아버지 때부터 30년간 포장 비즈니스를 한 만큼 회사를 키울 자신이 있었다."

이후 조 대표는 핵심 소재 개발에 나섰다. 일본 등 해외에서 소재를 사와 제품을 생산하는 가공업만으로는 회사가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조 대표는 회사 연구개발팀과 즉석밥 용기를 제조할 때 꼭 필요한 소재가 무엇인지 조사했고, 2014년 즉석밥 용기 뚜껑에 쓰이는 산소차단용 필름 개발에 들어갔다. 이 필름은 SR테크노팩은 물론 국내 즉석밥 용기 제조업체 대부분이 일본에서 전량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5년이 지난 현재 SR테크노팩은 산소차단용 필름 개발에 성공했다. 조 대표는 "일본 기업들이 사용하는 에틸렌비닐알코올(EVOH)이 아닌 폴리비닐알코올(PVOH) 소재를 찾았고 ‘GB-8’이란 산소차단용 필름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조 대표에 따르면 GB-8은 친환경 제품으로 일본의 EVOH 필름보다 산소 차단 효과가 뛰어나고 판매 단가는 20%가량 저렴하다. 현재 거래처인 국내 식품 회사와 테스트 중이고 올해 안으로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조 대표는 식품 포장재 시장뿐만 아니라 산소 차단 기능을 필요로 하는 디스플레이, 전자 제품에도 GB-8이 쓰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SR테크노팩 직원이 즉석밥 등 식품 포장 용기에 쓰이는 필름을 살펴보고 있다.

사실 조 대표가 소재 개발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조 대표는 2010년 따개비 등 수중 생물이 선체 표면에 달라붙는 것을 방지하는 방오도료 개발에 나섰다. 3년가량 연구개발에 몰두했고 제품을 내놨지만 실패했다.

"우리가 원하는 성능이 나오면 선박 업체들이 제품을 구매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다. 성능을 떠나 고객들이 제품을 구매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시장과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이때 연구개발도 중요하지만 개발 방향을 잡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해외 사업 강화…세계 수액 용기 시장 공략

조 대표는 현재 해외 사업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SR테크노팩의 또 다른 핵심 사업은 수액 포장용 필름 제조업이다. 즉석밥 용기는 수출이 거의 없는 반면 수액 포장용 필름은 매출의 9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한다. SR테크노팩은 지난해 매출 470억원을 기록했고 이 중 21.3%가 수액 포장용 필름에서 나왔다.

조 대표는 SR테크노팩 경영을 맡은 후 "글로벌 1위 제품을 적어도 하나는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그래야 기업이 지속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세계 의료 산업이 성장하면서 수액 용기 등 의료 포장재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수액 포장용 필름 생산 시설을 꾸준히 늘린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SR테크노팩은 2012년 연간 500만㎡(약 1억개 수액 용기 생산 가능)였던 수액 포장용 필름 생산 능력을 5000만㎡로 늘렸다. 또 중국과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시아는 물론 중동, 남미 지역으로 시장을 확대했다. 조 대표는 "해외 사업을 강화해 3년 안에 회사 전체 매출을 1000억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