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에 악재가 겹치며 원화 가치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5일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215.3원으로 마감하며 연초 대비 8.6% 하락했다. 주요 20국(G20) 통화 중 국가 부도 위기를 겪으며 통화 가치가 19.1% 하락한 아르헨티나를 제외하고 가장 큰 폭의 하락세다.

금융 불안에 시달리는 터키도 5.1% 하락해 원화보다는 하락폭이 작다. 이 외에 브렉시트를 앞둔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연초 이후 4.64% 하락했고, 유로화 가치도 3.62% 떨어졌다. G20 국가들이 쓰는 16개 통화 중 일본, 캐나다, 러시아, 멕시코, 인도네시아 통화 가치는 올랐다.

원화 가치의 하락폭이 다른 통화에 비해 유독 크다 보니 달러를 제외한 다른 통화에 비해서도 원화의 가치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 100엔당 원화 환율은 연초 1028.5원에서 5일 1147.59원으로 119.09원 뛰었다. 엔화에 대한 원화 가치가 11.6% 절하된 셈이다. 같은 기간 태국 바트화 환율도 34.76원에서 39.42원으로 13.4% 껑충 뛰었다.

최근의 원화 약세는 경제성장률 하락과 기준금리 인하, 주가 하락 등 대내적 악재에다 미·중 무역 분쟁, 일본의 수출 규제 등 대외적 악재까지 겹겹이 반영된 결과다. 모두 단기간에 해결이 어려운 악재여서 전문가들은 원화 약세 흐름이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장재철 KB증권 연구원은 "한·일 갈등 요인을 감안하면 환율이 1220원 내외까지 상승이 예상되며, 이에 더해 향후 미·중 양국의 무역합의가 재차 불발되고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가 있다면 위안화 약세와 달러 강세 등으로 환율은 1250원까지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