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둘러싼 경제·안보 환경이 급변하면서 한국이 총체적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 재연에 일본의 수출 규제 여파가 겹치면서 5일 우리 증시와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원화 환율은 1200원을 넘어섰고 주가(코스닥)는 7%나 급락했다. 미국은 한국에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요구하는 동시에 중국을 겨냥한 중거리 미사일 배치론을 펴며 안보 청구서를 내밀었다. 그러자 중국은 "미국의 총알받이가 되지 말라"고 경고했다.

미·중 무역 분쟁이 다시 불거지고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배제 조치로 한·일 경제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5일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외국인과 개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LG화학 등 국내 주요 기업 주식과 원화를 팔아치운 결과, 주가는 1950선이 무너졌고 환율은 달러당 1200원이 단숨에 뚫리는 등 3년여 만에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5일 일본 경제 보복과 미·중 무역 분쟁의 충격파가 동시에 국내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1946.98)와 코스닥 지수(569.79)는 각각 3년 1개월, 4년 7개월 만의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환율은 1215.3원으로 마감, 달러당 1200선을 뚫으면서 3년 5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오후 서울 명동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주가와 환율 지표를 보며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51.15포인트(2.56%) 떨어진 1946.98에 마감하며 심리적 지지선인 1950선 아래로 하락했다. 3년 1개월 만에 최저치다. 코스닥은 45.91포인트(7.46%) 급락한 569.79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시장에선 장 마감을 1시간 20분여 남겨놓고 사이드카(주가가 급등락할 때 프로그램 매매를 5분간 정지시키는 조치)가 발동됐지만, 주가 급락을 막지 못했다. 2007년 8월 16일(-77.85포인트) 이후 12년 만에 하루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선 원·달러 환율이 하루 새 17.3원 급등한 1215.3원까지 상승했다. 2016년 3월 9일(1216.2원) 이후 3년 5개월 만의 최고치로, 이 같은 하루 상승 폭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가 있었던 2016년 6월 24일(+29.70원) 이후 가장 큰 것이다.

이날 '블랙 먼데이'를 맞은 것은 우리나라만이 아니었다. 일본(닛케이지수 -1.74%), 홍콩(항셍지수 -2.85%), 중국(상하이종합지수 -1.62%) 등 주요 아시아 국가 증시도 크게 흔들렸다. 그 영향으로 영국과 독일 등 유럽 증시가 1~2% 하락했고, 미국 증시도 1% 넘는 하락세로 출발했다.

특히 중국 위안화 환율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11년 만에 달러당 7위안 선을 돌파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다. 지난 1일(현지 시각) 트럼프 미 대통령이 3000억달러(약 364조원) 규모 중국산 상품에 대해 10%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히면서 미국과 중국 간 휴전 모드가 한 달여 만에 깨지자 중국이 환율 인상 카드를 꺼낸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5일 중국 정부가 자국 국영 기업에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중국과 교역량이 많아 미·중 무역 분쟁이 심화할수록 수출 타격이 커지는 우리나라는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었다. 여기에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를 받은 우리나라는 이중 악재를 맞았다. 서정훈 KEB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미·중 무역 분쟁과 한·일 갈등으로 반도체·IT 등 국내 주요 기업 수익성마저 불투명해져 1100원대에 한국에 투자한 외국인들이 손실을 줄이려고 추가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