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좋은 프리미엄 TV 시장서 OLED 점유율 30% 웃돌아
LG디스플레이 "삼성, 시장 들어와서 판 키우길 고대"
삼성,독주하고 있는 중소형 OLED 시장서도 추가 투자 고민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저가 물량 공세로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가격이 계속 떨어지면서 디스플레이 시장이 LCD에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 빠르게 넘어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OLED를 키운 삼성디스플레이가 TV용 대형 시장에도 연내 참여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체 TV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OLED 비중은 1~2%남짓한 수준(수량 기준)이지만, 2000달러(약 243만원) 이상의 프리미엄 TV 시장에서의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31%까지 치고 올라왔다. 이 비중은 올해 상반기 40%대로 올라왔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프리미엄 TV 시장만 놓고 보면 OLED가 LCD 점유율을 빠르게 뺏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이 시장은 LG디스플레이가 100% 독점 공급하고 있다.

5일 디스플레이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가 충남 아산에 있는 8세대 LCD 라인을 대형 OLED 라인으로 전환할 것이란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경기도 파주에 짓고 있는 세계 최대 OLED 공장 P10에 3조원을 추가 투자하겠다고 지난 달 말 밝혔다. P10은 TV용 대형 OLED 패널뿐 아니라 삼성디스플레이가 장악하고 있는 중소형 OLED 패널 생산거점으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회사가 지난 2분기까지 2개 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OLED로 넘어가고 있는 시장에 공격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충남 아산에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공장.

◇‘LCD 장비 반출’ ‘OLED 장비 발주’ 징후

삼성디스플레이가 복수의 OLED 장비업체들을 접촉해 기밀유지협약(NDA)을 맺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장비 발주가 임박했다는 이야기가 업계에서 흘러 나오고 있다. 최근에 8세대 LCD 라인에 관련 장비를 반출하기 위한 엘리베이터가 설치 중이라는 소식도 대형 OLED 투자설에 불을 붙였다. 엘리베이터가 LCD 장비, 라인 철거용이기는 하지만, 대형 OLED 투자가 결정되기만 하면 새로 세팅할 관련 라인 자재를 들여보내는 데 활용할 여지도 있다는 것이다.

김동원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달부터 아산의 8.5세대 LCD 생산라인(L8-1-1) 가동을 중단한 후 대형 OLED(QD-OLED) 전환 투자를 시작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수익성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대형 LCD 사업의 출구전략"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오는 4분기 이 라인의 LCD 생산량을 추가로 줄일 것으로 내다봤다.

대형 LCD 출구전략 얘기가 나오는 건 중국발 가격 급락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HS마킷 집계를 보면, TV용 대형 LCD 시장은 지난해 2분기부터 중국의 BOE가 1위(출하량 기준)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이노룩스(대만), 차이나스타(중국) 등도 삼성디스플레이의 출하량을 앞지르고 있다. 올해 7월 말 기준 55인치 LCD 패널 평균 가격은 1년 전보다 20% 넘게 하락한 상황이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공세는 갈수록 심화될 전망이다.

지난 달 31일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대형 OLED 전환 투자에 관해 "현재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대형 OLED 시장에 적기 진입하지 못하면 시장 선점 기회를 놓칠 것이라는 우려도 삼성에 부담을 주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시장을 혼자 이끌어가는 것보다 플레이어가 많을수록 시장 규모도 커지고 공급망도 탄탄해지는 만큼 삼성이 대형 OLED 시장에 들어오는 것을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송윤혜

◇독주하는 중소형 OLED서도 中·폴더블폰이 추가 투자 ‘변수’

삼성디스플레이가 연내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중소형 OLED에 대한 추가 투자 의사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기초공사만 돼 있는 A5 라인에 장비를 발주, 세팅해 생산 여력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부에서는 여기에 소요되는 기간이 1년 가량으로 추산되는 만큼 올해 하반기,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추가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유는 BOE의 매서운 추격이다. LG디스플레이가 독점하고 있는 대형 OLED 시장과 달리 중소형 OLED 시장은 삼성디스플레이와 중국 BOE·LG디스플레이가 ‘1강2약’ 체제로 이끌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1분기 기준으로 글로벌 점유율 88%를 차지하고 있고, BOE가 5.4%, LG디스플레이가 1.8%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중소형 OLED 시장은 이미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30%(수량 기준)를 차지하는 수준으로 커졌다. 매출액 기준으로 보면 이 비중이 50%에 육박한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 화웨이의 P시리즈, 아이폰XS 시리즈 등 주요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 거의 OLED 디스플레이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윤주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BOE가 국내 OLED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해 빠르게 수율(생산품 대비 완벽한 제품의 비율)을 올리고 있어 LCD 치킨게임이 OLED 시장에서 재연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생산여력을 늘릴 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는 "BOE가 6세대 생산라인에서 모바일 OLED를 월 18만장 생산하며 삼성디스플레이(월 16만5000장)의 생산량을 이미 넘어섰고, 수율 역시 현재 50%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현재 애플에 납품하기 위해 돌리고 있는 A4 공장 가동률도 60~70%에 그치고 있다"면서 "중국 변수보다는 9월 출시할 삼성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가 소위 ‘대박’을 내느냐에 A5 추가 투자가 달렸다고 본다"고 했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최근 삼성전자가 발표한 2분기 실적에 따르면, 디스플레이 사업부문 영업이익은 7500억원에 그쳤다. 애플로부터 약속한 물량을 전부 공급하지 못해 받은 패널티(일회성 수익·9000억원 안팎 추정)를 제외하면 1분기에 이어 적자를 이어간 것이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 의사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 일본 수출규제, 글로벌 경기둔화 등이 맞물려 투자가 사실상 ‘올 스톱’된 상태다. 이들 장애물을 넘어 삼성이 OLED 베팅에 나설 수 있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