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포스코주가는 전날보다 3.1%(7000원) 내린 21만7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5일에도 3% 넘게 떨어지며 최근 1년간 가장 낮은 가격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 초 34만원대에 육박했던 포스코 주가가 1년 만에 36% 떨어지며 20만원대에 턱걸이했다. 시가총액은 지난해 8월 1일 29조1639억원에서 18조9195억원으로 10조원가량 줄었다.

전남 광양시 태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정전이 발생해 굴뚝에 설치된 안전장치인 블리더(bleeder)가 열리면서 불꽃과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포스코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연이은 대내외 악재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산 저가 제품의 가격 공세로 철강제품 가격은 내려가는데 원가는 올라 수익성이 나빠졌다. 여기에 주요 수출국의 보호무역주의로 수출길이 갈수록 좁아지고, 철강 수요가 줄어들고 있어 투자 심리가 나빠진 것이다.

◇원재료 가격 급등 부담…신사업 투자 지지부진

포스코는 지난달 23일 연결기준으로 올해 2분기 영업이익 1조686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8분기 연속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섰지만, 이익은 계속 줄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14.7% 감소했으며 영업이익률 역시 2017년 2분기(6.6%) 이후 처음으로 6%대인 6.5%를 기록했다.

부진한 성적표의 원인은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철광석 국제 가격은 지난 6월 t(톤)당 112달러를 돌파하며 2014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제품 가격이 오르지 않는데 원재료 가격이 급등해 이익이 줄어든 것이다. 브라질, 호주 등에서 공급 차질이 빚어지면서 철광석 가격이 급등했다. 올해 1월 브라질 광산업체 발레(Vale)사의 광산 댐 붕괴사태 이후 브라질의 철광석 수출량은 급감했다. 지난달 브라질의 철광석 수출량은 2219만t으로 올해 2월보다 23%, 지난해 3월보다 26% 감소했다. 4월 초 호주 필바라 지역에서는 철광석 대형항구에 사이클론 피해가 발생했다.

그러나 포스코가 가격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 세계 철강시장은 공급과잉 상태다. 니혼게이자이는 지난달 30일 "올해 상반기 세계의 조강생산량은 최대 생산국인 중국이 크게 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무역전쟁의 여파로 국내 자동차와 산업기계 등 제조업 부문의 철강재 수요는 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2차전지 소재 등 신사업에 대한 투자가 지지부진한 점도 주가 하락에 한몫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포스코는 연초에 총 6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상반기에 집행된 투자액은 1조원에 그쳤다. 애초 상반기 투자 계획(2조원)의 절반 수준이다. 투자 대부분인 7500억원은 신사업이 아닌 기존 설비 개선에 쓰였다. 포스코는 "투자에 대한 검증단계를 강화하고 있어 계획이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질의응답에 답하고 있다.

◇대내 악재도 산적…환경·안전 논란에 직업병 투쟁 본격화

환경과 안전 이슈도 포스코의 또 다른 고민거리다. 지난달 1일 광양제철소 정전 사고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사고 당시 광양제철소는 정전으로 내부 가스 압력이 차오르면서 폭발을 막기 위해 안전밸브(블리더)를 개방했다. 블리더를 통해 빠져나온 검은 유해가스와 불길이 하늘로 솟구쳤다. 블리더의 유해가스 배출은 앞서 지방자치단체의 고로(용광로)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부른 원인이었다.

올해 포스코에서는 4명의 근로자가 사망하는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직업병 논란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노조는 포스코 역사상 처음으로 직업성 질환(직업병) 보상을 위한 투쟁을 예고했다. 노조는 삼성전자와 직업병 보상 투쟁을 한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자 지원단체인 '반올림'을 참고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런 논란을 우려하고 있다. 2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관련된 질문이 이어진 배경이다. 회사 측은 광양제철소 사고에 대해서 회사가 입을 손실 추정액과 "심려를 끼쳐 사과드린다"는 7줄짜리 입장문만을 냈고, 안전사고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지난해 8월 취임 후 최근 불거진 환경오염, 안전사고 논란에 소극적인 대응을 보이면서 우려를 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대표이사가 위기관리를 위해 내놓는 한마디가 논란을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포스코의 경우 고로(용광로) 조업정지, 환경오염 논란에 대해서 방어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