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시장 규제를 늘릴수록 규제를 피할 각종 꼼수가 생겨나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드러난 편법과 꼼수들을 살펴봤다.

우선 실거주 기간 눈속임 편법이다. 자가를 전세로 내놓은 집주인이 자신의 실거주 기간을 채우기 위해 주소지를 옮기지 않고 그대로 두거나, 세입자와 함께 주소지를 설정하는 경우다.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아파트 전세 계약을 한 세입자 김 모씨는 "집주인이 2년 거주해야 세금을 덜 낸다며 주소지를 같이 해달라고 하는데, 괜찮을지 고민이 된다"고 했다.

실제 전세를 끼고 집을 산 집주인들이 임차인에게 전세 보증금 또는 월세를 시세보다 낮춰주는 조건으로 세입자와 주소를 같이 하는 제안을 하는 사례를 쉽게 볼 수 있다.

부동산 투자 또는 절세 등의 목적으로 허위로 전입신고를 하는 문제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거주요건에 관한 기준은 거듭 강화돼왔다. 정부는 2008년 서울과 과천, 분당, 일산, 중동, 평촌, 산본 등에는 기존에 2년 실거주에서 3년 실거주로 요건을 강화했다. 그 외 지역도 실거주 요건이 없었으나 2년 실거주 규정이 생겼다. 이어 정부는 작년 9·13 대책을 통해 규제지역에서 9억원이 넘는 주택을 분양받는 사람은 반드시 2년 안에 전입신고를 해야 한다는 내용의 실거주 규제를 내놨다. 실거래가 9억원이 넘는 주택을 가진 사람이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2020년 1월 1일 양도분부터 2년 거주해야 하는 요건도 추가됐다. 과거에는 거주하지 않고 보유만 해도 공제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실거주를 해야만 한다.

하지만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와 실거주요건이 강화하면서 각종 편법이 생겨났다.

집주인은 임대를 놓으면서 실거주 기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되고, 임차인은 대출 부담이 없을 경우 전·월세 비용을 줄일 수 있으니 일부가 이를 수용하는데, 엄연한 위장 전입신고로 위법이다.

지방자치단체장, 고위 공무원과 그의 자녀 사이에선 관사·공관 거주 조건 규정이 약한 점을 활용해 팍팍한 부동산 규제를 피하고 부동산 자산을 증식하는 편법을 쓰고 있다. 이른바 ‘관사·공관 재테크’라고도 불린다. 주택과 오피스텔, 상가 등을 보유한 일부 지자체장들이 관사를 이용하면서 소유 주택에는 전월세를 놓아 임대수익을 거두고, 공공요금과 관리비, 세금 등을 모두 지원받는 식이다.

앞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경우 서울 한남동 공관에서 자녀 부부와 함께 1년 이상 거주한 사실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김 대법원장 자녀 부부는 서울 강남의 10억원이 넘는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사실이 알려졌고, 공관에 거주해 청약 대금을 마련하려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서민 혈세로 관사 재테크한다’, ‘관사 거주 조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롱과 비판이 나왔지만, 관사 규정에는 관련 규제가 없다.

공급자인 시행·시공사의 경우 정부가 고분양가에 제동을 걸고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예고하면서 ‘임대 후 분양’이라는 꼼수로 빠져나가려 하고 있다.

26일 경기 과천 지식정보타운 내 첫 일반분양 단지인 '푸르지오 벨라르테' 분양가를 3.3㎡당 2205만원으로 결정하면서 대우건설이 선분양 대신 임대 후 분양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으나, 임대 후 분양으로 바뀔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민간 임대아파트는 의무 임대기간이 끝난 뒤 일반분양을 할 때 분양가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분양가 상한제 규제를 피해 일반분양 대신 임대 후 분양을 택하는 것이다.

앞서 서울 한남동 고급단지인 한남더힐도 2007년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에 들면서 임대 후 분양을 택했고, 작년 나인원한남의 경우 시행사 DS한남이 이같은 이유로, ‘4년 임대 후 분양’으로 바꾸면서 편법 논란이 불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제도 하나가 나오면 두세개의 편법이 생겨나는데, 이를 바로잡고 법제화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니 문제가 생긴다"며 "새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 기존의 법 안에서 얼마나 꼼꼼하게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본능과 욕구로 작동하는 시장을 억누를수록 반작용은 더 크게 생길 수 밖에 없다"면서 "서민을 더 비참하게 만드는 건 가격이 아니라 실권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통한 자산 증식인 만큼 모럴해저드 관행을 막을 제재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