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우리 수출이 8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불황이 덮쳤고, 홀로 호황을 구가하던 미국도 성장세가 둔화돼 대미(對美) 수출도 감소한 탓이다. 우리의 대미 수출은 올 들어 5월까지 4~20% 증가세를 보였으나, 6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서 지난달에도 0.7% 줄었다.

여기에 지난달 시작된 일본의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 규제가 장기화하고,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심사 우대국) 배제가 2일 결정될 것으로 보여 수출 부진은 올 연말까지 이어질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는 일본산 소재·부품을 수입해, 중간재나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산업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우리 수출이 461억4000만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同期) 대비 11% 감소했다"고 1일 밝혔다. 작년 12월(-1.7%) 이후 8개월 연속 감소했고, 6월(-13.7%)보다는 하락 폭이 줄었지만 여전히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달 수입도 437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했다. 수출 감소세는 올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작년에 수출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올 11월까지는 작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행진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 부진의 가장 큰 요인은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단가 하락이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물량 기준으론 14.9% 증가했지만, 단가가 37.7%나 하락하면서 수출액은 28.1% 줄어들었다.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석유화학과 석유제품 수출도 각각 12.4%, 10.5% 감소했다. 다만 자동차와 가전제품 수출은 21.6%, 2.2%씩 증가했다.

우리나라 수출에 대한 해외 투자은행(IB)들의 전망도 밝지 않다. 국제금융센터의 지난달 23일 보고서에 따르면 BoA(뱅크오브아메리카)는 "한·일 무역 긴장으로 수출 회복이 지연될 소지가 있다"고 했고, 바클레이즈는 "불확실성에 대비한 밀어내기 수요로 단기에 반도체 수출이 개선될 여지가 있지만 최종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4분기에 다시 악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7월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은 1년 전보다 9.4% 줄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2.2%), 기타정밀화학제품(-39.4%), 기타합성수지(-4.2%) 등 주요 수입품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박태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이날 기자브리핑에서 "지난 7월 1일 일본의 수출 규제 발표 이후 우리 7월 수출에 미친 영향은 현재까지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기존 3개 품목 수출 규제가 계속되고, 화이트리스트 배제까지 결정되면 우리 수출과 글로벌 공급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