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인체에 삽입하는 의료기기를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충전 기술을 개발했다. 인공심장박동기 같은 의료기기의 배터리 수명은 보통 5~7년 정도다. 환자들은 배터리 수명이 다하면 시술을 통해 주기적으로 배터리를 교체하고 있다.

김상우 성균관대 교수팀은 2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초음파로 체내에서도 전기를 발생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서로 다른 두 물체가 마찰할 때 전자가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이른바 '마찰 전기'를 이용했다. 연구진은 고분자 플라스틱인 '퍼플루오로알콕시(PFA)'와 금속인 금을 맞붙인 작은 크기의 장치를 만들었다. 가로와 세로 각각 4㎝에 두께는 1㎜다. 장치에 인체에 무해한 초음파를 쏘면 PFA가 금과 붙었다 떨어졌다 하면서 마찰을 하게 된다. 유연한 소재인 PFA는 초음파를 쏠 때 다른 물질보다 더 많이 움직이는 성질을 가진다. 이때 마찰 전기가 발생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돼지의 지방층 1㎝ 깊이에 장치를 삽입해 인공심장박동기 등 인체 삽입형 의료기기를 구동할 수 있는 수준의 출력을 얻어냈다.

장치와 연결된 배터리를 충전하는 데도 성공했다. 의료기기에 많이 쓰이는 얇은 막 형태의 리튬이온 배터리와 개발한 장치를 연결했다. 0.7mAh 용량의 작은 크기 배터리였다. 심장박동기기를 일주일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이다. 장치에 초음파를 쏴 약 4시간 만에 완충했다.

기술이 상용화되면 삽입형 의료기기를 쓰는 환자들의 고통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몸속에 삽입하는 의료기기에 이 장치를 부착하면 별도 시술 없이 초음파 충전만으로 평생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