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를 이끄는 제조업 관련 지표들에 잇따라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올해 들어 제조업 가동률이 외환 위기와 글로벌 금융 위기 수준으로 떨어지고, 재고율도 20여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은 가운데 최대 생산 가능량을 나타내는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역대 최장 기간 '마이너스' 행진을 벌이고 있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 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1.6% 감소했다. 이는 1971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작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11개월 연속 줄어 역대 가장 긴 '마이너스' 터널에 갇혀 있는 상황이다. 생산능력지수는 기업이 설비와 노동력, 조업 시간·일수 등 주어진 조건 아래에서 최대로 얼마나 물건을 만들 수 있는지를 측정한 것이다. 생산 능력을 계산할 때 휴업과 파업은 고려 대상에서 뺀다. 생산능력지수가 이렇게 오랜 기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제조업의 역동성이 그만큼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생산능력지수 하락은 GM 군산 공장의 조업 중단과 조선 경기 불황으로 일을 하지 않는 조선소가 늘어난 원인이 크다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생산능력지수는 보통 한두 달 마이너스를 기록하다가 금세 회복하는 게 그간의 오랜 패턴이었다"며 "최근 자동차·조선업 불황을 비롯해 기업들이 인건비 등의 부담으로 국내 생산량을 줄이고, 해외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생산능력지수가 떨어지는 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현재의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 변동치와 앞으로 6개월 정도 뒤의 경기를 보여주는 선행지수 순환 변동치도 지난달 전월 대비 각각 0.1포인트, 0.2포인트 떨어지며 3개월 만에 동반 하락했다.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 판매는 전월보다 1.6% 줄어 지난해 9월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고, 전(全) 산업생산지수는 전월보다 0.7% 내려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