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새 은행 해외점포 자산 50% 가까이 증가
시중·산업銀 대상 부실 가능성 사전점검 차원

금융감독원이 시중은행 해외점포에 대한 일제 점검에 나선다. 최근 은행들이 해외 사업을 강화하면서 해외점포의 자산과 순이익이 늘어나고 있어 부실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해외점포 덩치가 커지면서 은행의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1일 금융감독원과 은행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올 하반기에 시중은행 해외점포에 대한 부문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신한·국민·우리·하나 등 시중은행과 산업은행의 해외점포가 대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특별한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상대적으로 관리가 소홀할 수 있는 해외점포에 대한 리스크(위험) 관리, 자산건전성, 내부통제 등을 전반적으로 점검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조선DB

금감원은 현재 시중은행 해외점포에 대한 자료를 검토하면서 구체적으로 검사를 진행할 점포를 선정하고 있다. 검사는 하반기 중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은행업계에서는 문제가 있는 해외점포에 대해 금감원이 현장검사를 진행한 적은 있어도 해외점포 전반에 대해 부문검사를 진행하는 건 이례적인 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금세탁방지 등 내부통제 체계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난 해외점포에 대해 금감원이 검사를 진행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대대적으로 해외점포 전반을 들여다보는 건 거의 처음인 것 같다"며 "최근 은행들이 해외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라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동안 국내은행의 해외점포는 빠르게 늘고 있다. 2013년말 기준 국내은행 해외점포는 152개였는데 작년에는 189개로 5년 동안 37개가 증가했다. 해외점포 총자산도 2013년 778억4000만달러(약 92조원)에서 작년에는 1142억5000만달러(약 135조원)로 늘었다. 은행들이 해외점포에서 벌어들인 순이익은 같은 기간 4억1170만달러에서 9억8280만달러로 배 이상 증가했다.

은행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해외 진출을 늘리고 있고, 정부에서도 신남방 정책(아세안 지역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문재인 정부의 대외 정책)을 위해 은행의 해외 진출을 장려한 영향이다.

다만 이렇게 은행들의 해외 사업이 갑자기 커지다 보니 그만큼 부실이 생길 가능성도 커졌다.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규제 등으로 글로벌 경제에 대한 전망도 어둡게 바뀌고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일부 지역에서는 국내은행 해외점포의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비율이 현지기업 부실로 상승하기도 했다. 은행업계에서는 여러 요인을 감안해 금감원이 선제적으로 해외점포 부실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