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판매·서비스업 생산 등 내수지표, 넉달만에 동반 감소
"IMF 후 최악 제조업과 겹치면 복합 불황으로 확산될 수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제조업 불황 여파가 소비와 서비스업 생산 부진으로 전이되고 있다. 제조업 생산능력이 통계 작성 후 최장기간인 6분기 연속 감소한 데 이어, 내수 경기를 구성하는 소비와 서비스업 생산도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그동안 생산·투자 부진에도 내수 경기를 떠받치며 충격을 완충해줬던 소비와 서비스업 생산이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불황이 경제활동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전체적인 경기흐름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선행지수가 석달만에 동반 하락한 것도 불황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산업활동동향에서 눈에 띄는 점은 내수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와 서비스업 생산이 동반 마이너스(-)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폐업한 대형주점에서 들여온 소파를 중고 물품업체 직원들이 정리하고 있다.

소비 강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전년동월대비 1.2%증가했지만, 전월비로는 1.6% 감소했다. 전월비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지난 4월 이후 두 달만이다. 서비스업 생산도 전년비로는 0.1% 증가했지만, 전월비로는 1.0% 감소했다. 소매판매와 서비스업 생산 등 내수 구성지표가 동반 감소세를 나타낸 것은 지난 2월 이후 넉 달만이다.

전문가들은 내수 지표가 일제히 마이너스로 돌아선 배경을 소비심리 악화에서 찾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CSI)는 지난 5월 이후 기준치 100 아래에서 석달 연속 하락 중이다. 향후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는 소비자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소비자들의 경기인식이 비관적으로 변하면서 소비 수요가 둔화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6월 지표만 놓고 보더라도 내구재 소비가 전월대비 3.9% 감소했고, 이 중 승용차 판매는 5.5% 감소해 지난해 9월(-11.7%) 이후 감소폭이 가장 컸다. 정부가 내수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시기를 올해 말까지로 연장했지만,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서비스업 생산도 바닥 소비 경기와 밀접한 업종 중심으로 감소폭이 컸다. 휴대폰 판매 등이 포함된 정보통신업(-4.2%), 도소매업(-1.6%), 금융 및 보험업(-1.8%), 부동산업(-2.0%) 생산이 감소한 것은 소비 경기 위축과 밀접한 영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비스업 생산 감소로 인해 지난 5월 마이너스(-1.3%)였던 광공업 생산이 플러스(0.2%)로 전환했지만, 전(全)산업 생산은 0.7% 감소해 두달 연속 마이너스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서비스업 생산 및 소매판매 증가율 추이(전월비, 단위 :%, 자료 : 통계청)

전문가들은 제조업 부진에서 시작된 불황이 경제 전방위로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제조업 생산능력은 지난해 1분기부터 6분기 연속 감소 중이고, 제조업 평균가동률·재고 출하 비율 등 나머지 생산 관련 지표도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부진한 상태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주력 산업인 제조업이 심각하게 위축된 상황이라 근로자들의 소득 증가가 제약되고, 이런 상황이 소비 위축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생산·투자 부진을 소비 등 내수경기로 떠받쳤던 흐름을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은 "조업일수 증가 등으로 증가세를 보였던 서비스업 생산의 착시가 걷힌 게 6월 내수 지표 부진의 주요 요인"이라면서 "근로자 소득의 원천인 제조업 경기가 심각한 위축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와 서비스업 생산 등 내수경기의 동반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생산, 투자, 소비가 모두 침체에 빠지는 복합형 불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내수 경기의 반짝 회복세에 힘입어 일시 중단됐던 경기동행·선행지수 동반 하락이 석 달만에 재개됐다. 6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98.5로 5월과 비교해 0.1포인트(P) 하락했고,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7.9로 5월과 비교해 0.2P 내려갔다. 2019년 3월까지 10개월간 이어지던 동반하락이 3개월 만에 재개된 셈이다.

한 민간 경제연구원 고위 관계자는 "생산, 투자, 소비 경제활동 전반에 침체국면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반기에는 일본 수출 규제 후폭풍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경기하강을 멈출 모멘텀을 찾을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