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저 수준의 실업률과 사상 최고가인 주가 등 지난 1854년 이후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는 미국에서 10년 만의 금리 인하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금융시장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30~31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현재 2.25~2.5%인 기준금리를 낮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금리 인하는 연준이 2015년 12월부터 계속해온 통화 긴축을 끝내고 다시 통화 완화에 나서겠다는 정책 전환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연준의 뒤를 이어 일본·유럽을 비롯한 선진국과 신흥국들도 줄줄이 돈 풀기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이 오래 간직해 왔던 매(통화 긴축) 대신에 유연한 비둘기(통화 완화)로 옷을 갈아입었다는 증거는 곳곳에서 나타난다. 그는 최근 공개 석상에서 "무역 긴장과 글로벌 성장 우려 같은 불확실성에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거나 "많은 FOMC 위원이 통화 완화 정책의 근거가 더욱 강해졌다고 판단한다"면서 7월 기준금리 인하 방침을 거듭 밝힌 바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초읽기

파월 의장은 6월 초까지만 해도 "미국 경제는 좋은 지점에 있고 전망도 양호하다. 미국의 정책 금리는 적절한 지점에 있다"며 금융시장에 번지는 금리 인하 기대를 일축했다. 이 때문에 내년 대선을 앞두고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파월 의장은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비해 연준이 선제적으로 보험성 인하(insurance cuts)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매파였던 파월의 변신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 네 가지 요인을 꼽았다. 우선 미국의 성장률 둔화 조짐이다. 2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은 1분기(3.1%)에 크게 못 미치는 2.1%였다. FT는 "고용이나 개인 소비는 여전히 탄탄했지만, 무역 분쟁 장기화로 기업 투자가 둔화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미·중 무역 분쟁도 파월 의장의 입장을 바꾼 원인들이다. 파월 의장은 "미국 경기는 비교적 견조하지만 세계는 그렇지 않다"면서 "미국의 통화정책이 글로벌 금융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그런 점들을 정책 결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은 좀처럼 오르지 않는 미국의 임금 추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파월 의장 등 연준 관계자들은 미국 경제가 완전 고용에 이르면서 임금이 오르고 물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금리를 올렸다. 그러나 완전고용 상태에도 불구하고 임금도, 물가도 크게 오르지 않았다. 파월 의장은 "고용 시장이 뜨겁다고 볼 근거가 없다"면서 입장을 바꿨다는 것이다.

◇"금리 내려도 주가 랠리 없을 수도"

파월 의장의 비둘기 변신은 전임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은 "미국은 섬이 아니다"라며 "무역 갈등이 기업 투자에 불확실성을 야기하는 등 세계 경제가 약화하고 있다"며 7월 금리 인하를 지지했다. 앞서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도 "연준은 최악의 사태가 일어날 확률이 낮다고 해도 향후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보험성 금리 인하를 택하는 열린 태도를 취해야 한다"며 파월의 손을 들어주었다.

투자자들은 파월 의장이 10년 만에 금리 인하를 단행한다면, 향후 세계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금리 인하=주가 상승'이라는 공식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엔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금리 인하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에 인하 폭이 크지 않을 경우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2001년과 2007년의 금리 인하기엔 주가가 오히려 전고점 대비 10% 이상 빠지면서 혼란을 겪었다. 정보기술(IT) 버블 붕괴와 글로벌 금융 위기라는 풍랑에 휩싸여 경기가 고꾸라지면서 금리의 영향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