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런던에 본부를 둔 환경단체 '기후그룹(The Climate Group)'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하자는 'RE100(Renewable Energy 100)' 캠페인을 시작했다. 여러 기업이 비용부담을 무릅쓰고 재생에너지 사용에 동참한 것은 범지구적 위기 상황인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애플(Apple), 구글(Google), 페이스북을 포함해 벌써 180개 넘는 기업이 RE100에 참여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10월 RE100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탄소배출이 없는 전력원을 사용하자는 'CF100(Carbon Free)' 계획을 내놓았다. 구글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하루 24시간, 주 7일 무탄소(Carbon Free) 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주목되는 점은 구글이 CF100을 실천할 수 있는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풍력, 태양광, 수력을 언급하면서 "원전도 무탄소 에너지원"이라고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탈원전을 주장하는 일부 환경단체들은 RE100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우리나라 기업도 여기에 발맞춰 가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 환경단체는 구글의 ‘CF100’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구글이 CF100(무탄소에너지 100%) 캠페인을 공개한 것은 RE100(재생 에너지 100%)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실현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결과다. RE100은 재생에너지를 최대한 사용하겠다는 다짐이긴 했으나 실현가능한 목표는 아니었던 것이다. 하루 24시간, 주 7일을 모두 가동해야 하는 구글의 데이터센터가 햇볕이 있을 때만, 바람이 불 때만 전력을 생산하는 재생에너지로만 100% 공급받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구글은 보고서(Moving toward 24x7 Carbon-Free Energy at Google Data Centers)에서 여러 나라에 분산돼 있는 데이터센터의 전력원을 무탄소로 공급하는 노력을 소개하면서, 재생에너지원은 여건에 따라 전력생산이 불가능하거나 들쭉날쭉해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어렵다는 점을 전했다.

구글은 이 보고서에서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발전을 구분하지 않고,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 전력원인 원전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은 가변적 무탄소 자원(variable resource)인 반면 원자력은 고정적 무탄소 자원(firm carbon free sources)으로 구분했다.

지구적 문제는 기후온난화에 대응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 목표다. 재생에너지를 최대한 사용하는 것은 이같은 목표달성을 위한 한 가지 수단일 뿐이다. 즉 CF100이 목표이고, RE100은 여러 수단 중 하나다. 구글이 RE100에 동조하면서도 CF100을 제시한 것은 기후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한 현실적인 해법으로 원자력발전을 고려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RE100은 기업이 희생을 치르더라도 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자는 좋은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RE100만을 강조하다 보면 무리한 것을 요구하게 된다. 현실적으로 바람이 불지 않고 햇볕이 없는 기간에 기업에 필요한 전기를 확보할 방법이 없다. 또 나라마다 재생에너지를 추진할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요구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와인이 좋다고 일조량이 적은 나라가 대규모 와인 생산에 나설 수 없듯, 햇볕이 많이 들지 않는 나라에서 무리하게 태양광 발전을 추진하기는 어렵다.

구글이 기후온난화라는 범지구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원전이라는 무탄소 전력원을 강조한 것은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자신감과 의무를 동시에 밝힌 것이다. 구글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10년간 노력한 결과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선택한 것은 RE100(재생에너지 100%)이 아니라 CF100(무탄소에너지 100%)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