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자영업자 대출, 부실 전이 우려 예의주시"

부채를 가진 자영업자의 31%는 4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빚을 지고 있는 다중채무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가 있는 자영업자 중 다중채무자 비중은 늘어나는 추세다. 자영업자 대출을 받은 차주 가운데 고신용등급자는 늘고 저신용등급자는 줄어드는 양극화 현상도 심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26일 금융감독원이 작성한 ‘국내 자영업 관련 위험요인과 정책 대응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부채를 보유한 자영업자 중 다중채무자(4개 이상 차입기관 이용) 비중은 2015년 말 28.6%에서 지난해 6월 말 31.2%로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다중채무자는 대출 규모가 크고 대출 돌려막기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금감원은 다중채무자의 ‘부도 전염 효과’를 우려한다. 한 권역에서 대출이 부실해지면 다른 권역에서도 빠르게 부실화되면서 일종의 도미노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자영업자 중 제2금융권에서 가계대출을 받은 비중은 2014년 말 3.8%에서 지난해 6월 말 4.3%로 증가했다. 급전이 필요한 자영업자들이 제2금융권에서 높은 금리를 내고 가계대출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그래픽=조선일보DB

자영업자 대출의 신용등급 양극화 현상도 나오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 중 고신용등급(1~3등급) 비중은 2015년 말 62.5%에서 지난해 6월 말 66.0%로 증가했다. 반면 4~6등급의 중신용자 비중은 2015년말 28.1%에서 지난해 6월말 26.7%로 줄었다.

자영업자 가구당 평균소득은 2017년 기준 6365만원으로 일반 근로자 가구(7438만원)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해 소득 상승률 역시 일반 근로자는 전년 대비 5.5% 오른 반면 자영업자는 전년 대비 2.1% 오르는데 그쳤다. 또 자영업가구 가운데 저소득층(1분위)의 사업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7.1배로 나타났다. 1년에 1000만원을 버는 자영업자가구가 있다면, 금융부채는 7100만원에 달하는 것이다.

국내 은행권 대출 가운데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만 상승세다. 지난 5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40%로 전월 대비 0.01%포인트 상승했다.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지난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감원은 "저소득 자영업자의 부채비율이 높고 다중채무자가 증가하는 등 잠재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며 "영세 자영업자 비중이 높아 소득향상에도 한계가 있다"고 했다. 금감원은 자영업자 대출의 경우 담보·보증부 비중이 높아 부실화되더라도 금융권의 시스템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고 했다. 아울러 정부 차원에서 자영업자 지원에 대한 장기적인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