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저물가 지속, 통화정책 신뢰 문제" 지적
한은에 "정부의 금융안정 정책 평가해야" 권고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은행에 저물가에 대한 우려와 함께 '물가안정' 책무에 좀 더 힘을 실을 것을 주문했다. 한은의 또 다른 책무인 '금융안정'에 대해서는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과 상호보완적 역할을 강조하며, 정부 정책의 효과를 한은이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경기침체가 깊어지는 만큼 한은은 '물가안정'에 집중해 저물가를 타개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24일 IMF가 지난 5월 발간한 '한국 통화정책 체계의 강화(Strengthening the Monetary Policy Framework in Korea)' 보고서에 따르면 IMF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은의 책무에 금융안정이 추가되고 물가는 물가안정목표치를 하회하면서 통화정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물가가 목표치를 지속적으로 벗어나는 것은 통화 정책의 신뢰성에 대한 도전"이라고도 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 18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이는 한은의 두 가지 책무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중 물가안정을 좀 더 강조한 것으로, 사실상 저물가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통화정책 완화를 권고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는 IMF 미션단이 지난 3월 "한은은 명확히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가져야 한다"고 권고한 것과도 맥이 통한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6개월째 0%대를 기록하면서, 한은은 지난 18일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1.1%에서 0.7%로 내려잡았다. 또 기준금리는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한은에 저물가 대응을 강조한 건 비단 IMF 뿐만이 아니다. 국내에서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물가상승률이 0%대로 하락하고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에 상응한 정도로 충분히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금통위 내에서는 조동철 금통위원이 지난 5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나치게 낮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IMF는 통화정책이 목표(소비자물가상승률 2.0%)를 이루기 위한 접근법으로 두 가지를 제안했다. 하나는 예측과 분석 시스템 구축해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목표에 어떻게 다다를 수 있는지에 대해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두 번째로는 통화정책이 물가안정 목표에 집중하기 위한 방안으로 금융안정에 있어서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에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분명히 할 것을 권고했다. 여기에는 한은이 금융안정 리스크를 억제하기 위한 거시건전성 정책의 효과를 평가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한은이 본래 목표인 물가안정 보다 금융안정을 추구해야 할 때 그 근거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같은 IMF의 제언을 한은이 귀담아 들어야 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인하했지만 여전히 저물가에 대한 대응을 우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대내외적 리스크로 성장세가 둔화되는 상황에서는 금융안정보다는 물가안정에 좀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디플레이션까지 우려되는 상황 아래 한은이 저물가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최근 금리인하도 단행됐다"며 "가계부채(금융안정)는 대출규제 등 거시건전성 정책으로 우선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정규철 KDI 연구위원은 "작년 9월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이 나온 뒤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어 한은이 지금은 저물가에 집중해 통화정책을 운영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