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서울의 한 고교에서 치러진 현대자동차그룹 인적성검사를 치른 수험생들이 시험장을 나오고 있다.

전통적인 대규모 그룹 공채 방식이 사라지고 있다. 수많은 지원자 중 일부를 골라 부서에 배치하는 공채는 직무 중심으로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그동안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국내 주요 기업은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는 수시채용으로 채용 방식 바꾸고 있다.

24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10대 그룹의 올해 상반기 대졸 신입 공채 방식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10대 그룹 중 공채 방식을 택한 곳은 절반에 그쳤다. 그룹 내 주요 계열사들에서 동일 접수 기간 내 일제히 서류모집을 마감하고, 서류전형 이후 같은 날 인적성 시험을 시행한 곳은 삼성, SK, 롯데 등 3곳이었다. 포스코와 CJ는 그룹 내 일부 계열사에서 마찬가지로 같은 기간 중 신입사원 및 경력, 인턴사원을 동시 모집했다.

대기업이 대규모 공채를 꺼리는 이유는 각 부서에서 인력이 필요할 때 즉시 채용하기 어렵고, 채용된 신입 사원이 업무에 숙달할 때까지 지도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대졸 지원자들은 서류전형 통과를 위해 불필요한 ‘스펙(SPEC·취업을 위한 각종 성과 기록)’을 쌓아야 하고 회사도 필기·적성시험 등을 진행하면서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

일러스트=박상훈

실제 지난 2월 현대자동차그룹은 매년 8000여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공채 방식을 폐지하고 현업 부서가 필요할 때마다 원하는 인재를 직접 선발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그룹 측은 "연 2회 실시하는 정기 공채로는 미래 산업환경에 맞는 융합형 인재를 적기에 확보하기 어렵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채용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SK그룹도 최근 대졸 신입사원을 공개 채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연중 수시로 필요한 인원을 선발하는 수시 채용 방식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제도 전환을 고려하고 있으며 아직 정확한 시기 등 세부 사항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수시 채용 시스템으로 완전히 전환하는 시점, 공채 인력의 단계적 축소 규모 등은 앞으로 내부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KEB하나은행이 공채 대신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네이버 등 정보기술(IT) 기업은 대부분 수시 채용으로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재계 한 인사담당자는 "글로벌 기업은 이미 대규모 공채를 없애고 수시 채용으로 전환했다 "며 "적재적소에 전문적 역량을 갖춘 인재를 뽑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도 합리적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취업 준비생 손모(여·26)씨는 "취지 자체는 좋은 것 같다"면서도 "취준생 입장에서는 공채 인원을 줄이기 위한 꼼수 같아 보인다. 얼마나 뽑을지 불확실한 상황이라 불안한 게 사실이다"라고 했다. 기존 공채 채용 방식에 대비해 취업을 준비해온 취준생들은 앞으로의 방식을 불안해했다. 공대 출신 취업 준비생 김모(27)씨는 "공채가 익숙한 대졸 취준생들은 하루아침에 바뀐 채용 시스템에 적지 않은 당혹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새로운 방식에 맞춰서 취업 전략을 다시 짜야 할 판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