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일본의 수출 규제 상황이 악화될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더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주열 총재는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일본 수출 규제로 성장률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이 있는지를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상황이 악화되면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일본 수출 규제는 이번 경제 전망에 충분히 반영을 못 했다"며 "상황이 장기화되고 확산된다면 분명 우리 경제에 많은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수출 규제가 악화되면 추가 금리 인하를 검토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상황이) 악화된다면 대응 여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면서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23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8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2%로 0.3%포인트 낮추고, 기준금리를 연 1.50%로 0.2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이 총재는 또 "일본의 금융 보복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계 자금 중 일본계 비중은 2%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행여 대출금 회수 같은 조치가 이뤄지면 숫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예기치 못한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로선 일본이 금융 관련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저축은행과 대부업은 일본계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이용 대상이 주로 취약 계층인 만큼, 혹시라도 그런 일이 생긴다면 정부도 이들에 대한 보호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날 기재위 업무보고에서 여야 의원들은 이 총재를 향해 성장률 전망치 2.2%에 추가경정예산(추경)과 일본 수출 규제 효과가 각각 얼마나 반영됐는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이 총재는 "추경은 하반기에 집행될 걸로 보고 올해 2.2% 성장률에 반영을 했으나, 일본의 경제 보복은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단할 수 없어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여당 의원들은 야당을 향해 "경제 상황이 엄중한데 추경 발목 잡지 마라"고 공세를 폈고, 야당 의원들은 "6조7000억원짜리 추경한다고 경제가 살아날 것처럼 국민을 호도하지 마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옥신각신했다. 정부는 추경이 경제성장률을 0.09%포인트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