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오가노이드(organoid) 기술로 사람과 유사한 간(肝) 모델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오가노이드는 배아줄기세포가 인간 개체로 발전하는 과정을 시험관 내에서 모사해 제작하는 미니 장기 유사체다.

이번 간 모델은 미성숙 단계에 머물렀던 기존 오가노이드 미니 장기와 달리 체외에서 5개월 이상 증식이 가능하고, 동결 보존 이후에도 약물에 반응해 활용 효율이 높다. 실제 사람의 간에서 떼어낸 조직세포와 비교해도 손색없다는 평가다.

손명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줄기세포융합연구센터 박사팀은 지난 9일 간(肝) 연구분야 세계적 전문지 ‘저널오브헤파톨로지(Journal of Hepatology)’ 온라인판에 이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간 오가노이드 제작 및 활용 모식도. 인간 피부세포에서 유도만능줄기세포(iPSCs)를 뽑은 후 간 유사장기로 제작해 약물독성평가 등에 활용할 수 있다.

간 모델은 사람을 질병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는 신약개발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다. 약물을 사람 몸에 투여하는 임상시험에서 중요하게 확인하는 기준이 간독성이기 때문이다. 이 간독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사람 간에서 보이는 반응을 직접 관찰하는 것이 가장 좋으나 실제 사람의 간 조직을 충분히 구하기는 어렵다.

사람 간에서 직접 분리한 1차 배양 간세포를 사용한다고 해도 체외에서 전혀 증식하지 않는 한계가 존재한다. 이 외 다른 방법인 세포 기반 실험은 조직의 복합성과 생체 반응이 실제 사람의 간 조직과 차이가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현재 신약개발 과정에서는 동물을 대상으로 한 비임상시험에서 먼저 약물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한다. 그러나 동물은 사람과 종이 다른 만큼 약물 반응 결과값에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어 새로운 실험모델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연구팀은 이 새로운 실험모델로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한 3차원 입체 형태의 간 모델을 제시했다. 이 간 모델은 간의 주요 기능인 글라이코겐 합성, 다양한 효소 활성, 우레아 및 담즙 분비 등이 있으며 외부에서 투여한 약물을 분해시키는 간의 본래 기능도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인의 간 조직 세포를 직접 분리하여 제작한 오가노이드와 비교했을 때 알부민 분비, 세포 호흡 기능 등이 뛰어났다. 또 세포기반 모델 실험에서 구현하기 힘든 ‘담세관(bile canaliculi)’ 형성 등 구조적 성숙화도 관찰됐다.

연구팀은 앞서 세포 실험에서 독성을 나타내지 않아 시장에 출시됐으나 실제 사람 복용 시 약물 부작용 사고를 일으킨 당뇨치료제와 항생제를 갖고 이 오가노이드를 평가했다. 그 결과, 이 오가노이드는 인체 허용량 이하의 농도에서도 독성을 검출했다.

이에 따라 이번 결과를 활용하면 인체와 보다 유사한 환자맞춤형의 인체모사 간 모델을 제작해 정확한 약물 반응을 예측하고 부작용을 검증할 수 있다. 간 오가노이드를 인위적으로 손상시켜 재생 기능을 추적 관찰하는 연구도 가능하다.

다만, 현재 신약개발에 사용하는 세포 실험 모델을 대체하기에는 아직까지 가격적 부담이 따른다. 제작 과정에서 고가의 배양인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 세포 실험에 비해 비용이 더 든다. 실용화까지 한 단계 과제가 더 남은 셈이다.

손명진 박사는 "동물실험에서 간독성이 없었으나 임상에서 독성을 나타내 심각한 경우 환자가 사망하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개발한 약물이 퇴출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이번 모델과 같이 인체 유사도가 높은 간 모델을 비임상에 활용함으로써 향후 신약개발 효율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