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中 기업수 129개사 1990년 집계 이후 처음 美 추월

중국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小米)가 설립 9년만에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에 진입했다. 이는 중국 인터넷·기술 기업 중 가장 빠른 속도다. 올해 글로벌 500대 기업에 오른 중국 기업수(대만 10개사 포함)는 129개사로 미국의 주요 경제잡지인 포춘지가 이 순위를 매기기 시작한 1990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121개사)을 추월했다.

작년 매출을 기준으로 한 순위지만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야기할 만큼 미국이 우려해온 중국 기업의 빠른 굴기(崛起)를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포춘은 "글로벌 힘의 균형이 깊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이외의 나라가 글로벌 대형 비즈니스의 최고 위치에 오른 적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포춘이 22일 발표한 ‘2019 포춘 500대 기업’ 에 따르면 샤오미는 468위에 올랐다. 샤오미는 이날 공식 홈페이지의 커뮤니티 코너를 통해 창립 9년만에 포춘 500대 기업에 올랐다며 이를 전한 소식에 25일까지 댓글을 다는 팬들에게 500과 샤오미가 적힌 메달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좁쌀을 뜻하는샤오미를 2010년 4월 창업한 레이쥔(雷军)회장은 "올해 글로벌 500대 기업중 가장 젊은 기업"이라고 자평했다. 샤오미의 초고속 글로벌 500대 기업 진입은 중국 기업 전체의 글로벌 순위 약진과 맥을 같이한다.

중국의 약진은 한국과의 격차 확대로 나타난다. 올해 글로벌 500대 기업에 오른 한국 기업은 16개사와 작년과 같았다. 16개사 가운데 순위가 내려간 기업이 삼성전자 등 8개사로 절반을 차지했다. 중국 최대 민간 금융회사는 29위에 오른 핑안보험으로 426위에 그친 삼성생명과 격차를 보였다. 자동차에서도 94위에 머문 현대자동차를 웃돈 중국 기업이 상하이자동차(39위) 둥펑자동차(82위) 이치(87위)등 3개사에 달했다.

한국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는 15위로 전년보다 3단계 내려간 2017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1995년 221위에 그쳤던 삼성전자는 2014년에서 2016년까지는 13위를 기록했지만 2017년 15위로 밀렸다가 지난해 12위로 상승했었다.

한화(261위) 현대자동차(94위) 현대모비스(393위) 기아자동차(227위)가 각각 17단계, 16단계, 13단계, 8단계 내려갔다. SK하이닉스가 107 단계 뛴 335위에 오르고, SK홀딩스가 11단계 상승한 73위를 기록하는 등 SK그룹이 약진했다.

지난해 7월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샤오미에는 홍콩 최대 갑부 리카싱도 투자했다.상장 직전 레이쥔 샤오미 창업자는 리카싱을 찾아 자문을 구했다고 전했다.

♢ ‘좁쌀’의 초고속 약진...세계 최대 소비자 IoT 플랫폼 구축

샤오미가 설립 9년만에 포춘 500대 기업에 진입했다.

2010년 설립된 샤오미는 2018년도 매출이 264억달러로 전년 대비 55.9% 증가했다. 해외 매출 증가율은 11.8.1%에 달했다. 2012년 매출 100억위안, 2017년 1000억위안 돌파 등 고성장을 해왔다.

특히 샤오미가 포춘 500대 기업에 선정된 속도는 중국의 간판 인터넷 및 정보기술(IT)기업을 압도한다. 징둥(18년), 알리바바(18년), 텐센트(14년), 화웨이(23년) 등은 샤오미와 비교해 약 2~3배 이상 걸렸다고 시나닷컴 등 중국언론들은 전했다. 징둥 알리바바 텐센트에 이어 4번째로 글로벌 500대 기업에 진입한 중국 인터넷기업이자, 전세계에서는 7번째이다. 샤오미 진입으로 글로벌 500대 기업중 중국 인터넷 기업 수도 미국을 넘어섰다.

최근 샤오미는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로 어려움을 겪는 틈을 타 인도나 유럽 같은 해외 스마트폰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인도 시장에서는 올 1분기까지 스마트폰 출하량 기준 7개 분기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서유럽 시장에서도 올해 1분기 출하량이 지난해 동기보다 115.1% 증가하면서 시장 점유율 4위에 올랐다.

샤오미는 "오늘은 샤오미에게 굉장히 영광스러운 날로, 팬들의 지지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샤오미의 약진은 올들어서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 수 년간 중국 재계에서 레이쥔(雷军) 샤오미 회장과 둥밍주(董明珠) 거리(格力)전기 회장이 매출액을 놓고 벌인 ‘10억위안(약 1700억원) 내기’가 회자했던 가운데 올해 1분기 샤오미 매출액이 거리 매출액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최대의 에어컨 제조 업체인 거리를 이끄는 둥 회장은 레이 회장과 지난 2013년 중국 CCTV가 주최한 '올해의 중국 경제 인물' 수상식장에서 ‘5년 뒤 두 회사의 매출액이 누가 더 많을 것이냐는 문제’를 놓고 말싸움을 하다 공개적인 돈 내기를 한 바 있다.

작년까지 샤오미가 거리를 추월하지 못해 둥 회장의 한판승으로 끝났지만 올들어 매출이 역전되기 시작됐다. 샤오미의 1분기 매출액은 437억5700만위안(7조5000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27.2% 증가했다. 시장 예상치인 421억위안(7조2000억원)을 웃돌았다. 같은 기간 거리 매출액 405억5000만위안(6조9000억원)보다 약 30억위안(5100억원) 많은 수준이다. 샤오미는 인터넷 서비스와 유통 부문으로 분류됐다. 단순 스마트폰 제조업에 머물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샤오미는 대부분 스마트 하드웨어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는 200여개 업체를 보육하거나 투자하는 식으로 생태계를 구축해 세계 최대 소비자 IoT 플랫폼을 구축했다. 사물인터넷(IoT)장치(스마트폰과 노트북 제외)에 1억 7100만명(3월말 기준)을 연결시켰다. 샤오미는 향후 5년간 인공지능(AI)과 IoT 연계 기술 개발에 100억위안(약 1조 7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샤오미가 중국 기업 가운데 가장 빨리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에 진입했다.

♢ 일대일로⋅빅데이터에 올라탄 중국판 글로벌 기업
포춘은 "중국이 문화 아이디어 인권의 개념까지 지배할지 감안할 때 완전한 의미에서 21세기가 중국의 세기가 될 수 있을 지는 두고봐야한다"면서도 "최소한 비즈니스에서 중국의 세기는 강하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포춘에 따르면 20년전 글로벌 500대 기업에 오른 중국 기업은 8개사였고,10년전 43개사로 늘었다. 내수형 국유기업이 많아 덩치만 글로벌 기업이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민간 영역에서도 글로벌 500대 기업 대열에 진입한 기업이 늘기 시작했다. 올해 글로벌 500대 기업에 진입한 중국 기업 129개사 가운데 국유기업은 82개사였다.

포춘은 일대일로 프로젝트 대표 사례로 꼽히는 중국 국유 해운사 코스코(279위)의 그리스 피레우스 항 인수와 중국 최대 민영기업(매출 기준)인 핑안보험(29위)의 빅데이터 전략을 들며 중국판 글로벌 기업의 약진을 소개했다.

코스코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피레우스 항 운영권을 확보했고, 2016년 이후 최대 지분을 인수했다. 코스코는 유럽의 상위 6개 항구중 4개 항구의 지분을 갖고 있다. 마오쩌둥 시절인 60년전 설립된 코스코는 이 같은 인수를 통해 매출이 430억달러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중국의 글로벌 500대 기업 수가 처음으로 미국을 앞섰지만 이 순위에 진입한 중국 기업들의 매출은 전체 글로벌 500대 기업 매출의 25.6%를 차지해 미국 기업의 28.8%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매출 기준 세계 최대 기업은 5144억달러의 매출을 올린 미국 유통업체 월마트로 6년 연속 1위를 했다.1995년이후 14번째 1위를 기록했다. 올해 글로벌 5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가운데 여성은 14명으로 전년보다 두 명 늘었다. 오는 9월이면 줄리에 스위트가 액센추어의 ‘선장’을 맡게 돼 15명으로 늘어난다고 포춘은 전했다.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의 총 매출은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이 넘는 32조 7000억달러로 전년 대비 9%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