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책임투자(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SRI)가 자본시장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자리 잡았으나 SRI 펀드들의 수익률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도 "책임투자와 고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건 정말 어려운 과제"라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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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지는 좋은데…SRI펀드 수익률 바닥

21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 설정된 SRI 펀드들의 연초 이후 수익률(7월 18일 기준)은 평균 1.40%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금(14.29%), 인프라(17.64%), 럭셔리(22.02%) 등 다른 테마 펀드들의 수익률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최근 5년 수익률도 0.68%로 부진하다.

SRI는 재무적인 요소뿐 아니라 환경(Environmental),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 지배구조(Governance) 등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주는 비재무적 요소까지 고려한 투자를 말한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SRI 규모가 시가총액의 20%를 웃돈다. 한국도 SRI 강화에 점차 속도를 내고 있지만, 문제는 낮은 수익성이다.

운용업계도 ‘착한 기업’에 투자하는 행위와 수익률이 별개라는 점을 현실적인 고민으로 꼽는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RI로 유명한 도미니 임팩트(Domini Impact) 펀드의 수익률이 술·카지노·무기 등 ‘나쁜 기업’에 투자하는 바이스(Vice) 펀드의 수익률을 계속 하회한 사례도 있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개인 투자자 중 일부는 책임투자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한다. 펀드 투자자인 직장인 박철기(가명)씨는 "SRI의 개념과 목적은 이상적이지만 중장기 투자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한국에서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본다"고 했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ESG 투자가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는지 증명하기엔 아직 그 역사가 짧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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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강한 착한기업"

아직은 아쉬운 성적표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SRI가 ‘위기에 강하다’는 점에서 최적의 장기 자산관리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ESG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417개 기업을 담은 ‘MSCI 신흥시장 ESG 지수’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 평균 수익률을 계속 상회하고 있다.

김진영 연구원은 "ESG가 투자 판단의 최우선 기준이 되긴 어렵겠지만 ESG 등급이 낮은 회사가 떠안아야 하는 리스크가 장기적으로 더 커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며 "폭스바겐, 옥시 등의 사례만 보더라도 비재무적 위험의 파급력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연금·공무원연금 등 국내 ‘큰손’들도 책임투자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연금은 포트폴리오에서 악덕 기업을 제거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negative screening·투자제한) 방식을 이르면 오는 4분기 중 도입할 예정이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스튜어드십코드센터장은 "SRI가 건전한 자본시장 조성과 중장기 수익률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