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정책 여력' 발언에…'기준금리 1%' 전망 나와
8월 또 금리 내리면 금융위기 후 첫 '두 번 연속 인하'

7월 '깜짝 금리인하'가 단행된 뒤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은이 두 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해 기준금리가 1%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고 당장 8월에 금리를 한 번 더 내릴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한은이 경기 눈높이를 대폭 낮추고 경기 대응에 나설 것을 시사하면서 과거와는 다른 행보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운데)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금통위 본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은이 7월에 기준금리를 내린 후 역대 최저 수준까지 기준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역대 최저금리는 1.25%로 현 수준인 1.50%에서 한 차례만 더 내려도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주열 총재가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 여력을 언급하면서 이같은 전망이 힘을 얻었다. 이 총재는 "한 번의 금리 인하로 기준금리가 당장 실효하한에 근접하게 되는 것은 아니기에 어느 정도의 정책 여력은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SG) 이코노미스트는 "4분기에 한 번, 내년에 한 번 더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한다"며 "한은이 제로(0)금리는 무리라고 보고 있으니 경제상황을 생각해 1%까지 내릴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두 번째 인하는 4분기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고, 일본의 경제 보복이 심화될 경우 내년 상반기까지 3회 인하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한은이 8월 금통위에서 추가적으로 금리를 내려 전향적인 조치를 취할 것으로 봤다. 7월에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한 만큼 현재 경기부진을 방어하기 위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연속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은이 두 차례 연속 금리를 내린건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이 마지막이다.

허정인 NH선물 연구원은 "한은이 8월 인하를 통해 정책효과를 극대화하고 추가 인하에는 신중을 기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시장의 만성적인 인하 기대감도 차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의 전향적인 조치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근본 배경은 한은의 경기 눈높이가 한층 낮아졌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달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2%로 내렸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0.3%P(포인트) 낮춘 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터졌던 2015년 7월 이후 처음이다. 한은은 일본의 수출규제를 이번 경제전망에 일부 반영한 데 이어 미·중 무역분쟁은 올해 연말까지, 반도체 조정기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봤다.

한 민간 경제연구원의 관계자는 "대내외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일본 수출규제까지 터지면서 금리를 빠르게 내리고 이 총재의 경기관련 발언도 다소 전향적으로 변한 측면이 있다"며 "3분기에 (금리를) 두 번 내리면 한은이 앞으로의 경기둔화를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의미인데 그렇게 할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했다.

국내 금융시장 참여자들은 10월 혹은 11월 추가 인하를 전망하고 있다. 경제전망을 조정하면서 금리도 함께 움직이는 게 전통적인 패턴인데다 금융위기에 준하는 상황이 아닌 경우 두 번 연속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가 컸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단 금리 인하 효과를 좀 지켜봐야 하니 추가 인하 시기는 4분기로 보고 있다"며 "경기상황 자체가 더 안좋다고 하면 이번처럼 금리 인하 시점이 빨라질 수 있지만 8월은 너무 빠르다"고 했다.

이미선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잠재성장률(2019~2020년 2.5~2.6%)을 크게 하회하는 올해 성장경로와 중국 등 글로벌 성장률 둔화, 일본의 수출제한 장기화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향후 한 두 차례의 추가 금리인하가 예상된다"며 "오는 10월 또는 11월에 추가 기준금리 인하가 뒤따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해외 투자은행(IB) 중 일부는 추가 인하시기로 내년을 지목했다. 대내외 경기상황을 생각하면 추가 인하는 불가피하지만 한은의 통화정책 여력이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추가 인하 시기를 선정하는 데는 신중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이 총재가 근시일내 추가인하를 시사하지 않는 등 명백히 완화적인 스탠스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씨티는 "잠재리스크 도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제로금리 하한에 조기 도달할 우려가 있어 추가인하는 신중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