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수준은 아니지만,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 분위기가 점점 살아나고 있다."(삼성SDI 관계자)
"배터리 결함이 ESS 화재 원인이 아니라는 정부 발표 이후 수주 논의가 활발해졌다. 분위기가 나아졌다."(LG화학 관계자)

연이은 화재 사고로 추가 수주가 불가능했던 ESS 업계가 지난 6월 11일 정부의 ESS 화재 조사 발표 이후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화재 조사 결과 배터리 제품 자체 결함보다는 ESS 보호시스템·관리·설치·운용이 문제라고 밝히자 시장의 불확실성이 제거됐다. 업계는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다만 화재 이전보다 4배가량 오른 ESS 보험료, 2017년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발생한 23건의 화재에 대한 보험사의 구상권 청구 가능성 등 업계의 고민도 남아있다.

ESS는 태양광·풍력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나 값싼 심야 전기를 배터리처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쓸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LG화학 익산 공장에서 직원이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모듈을 점검하고 있다.

◇"정부 화재 조사 발표로 불확실성 제거…수주 논의 활발"

ESS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화재 원인 조사 결과 발표가 한달가량 지난 시점에서 아직 공개할 수 있는 수주는 없지만, 이전보다 신규 수주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상황이라고 이야기한다. LS산전 관계자는 "조만간 크고 작은 수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도 "시장이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수주도 따내며 분위기가 풀리고 있다"고 했다.

정부의 화재 조사 발표가 지난달 이뤄진 만큼 2분기까지는 ESS업체들의 실적이 부진하겠지만, 전문가들은 3분기부터는 수주가 본격화되면서 업체들의 실적 성장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ESS 진상조사 결과에서 배터리 셀에 결함이 없다고 밝혀져 앞으로 불확실성 해소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에는 ESS 매출액이 1, 2분기보다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다만, 빠른 속도의 성장성을 확보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해외 시장 공략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동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어진 화재 영향으로 정체된 ESS 국내 발주가 화재 조사 결과 발표를 기점으로 일단락됐다"며 "하반기 내내 밀려있던 발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지난 1월 전남 완도의 한 태양광 발전소 내 에너지저장장치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구상권 청구 소송 가능성 등 풀어야 할 숙제도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아직 성장이 이전 화재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정도는 아니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특히 23건의 화재에 대한 구상권 청구 소송 가능성도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삼성화재는 LG화학을 상대로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화재는 LG화학 배터리가 들어간 ESS 화재로 설치 회사에 보험금을 지급하게 되면서 LG화학을 상대로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보험사는 화재가 발생하면 보험 가입자에 보상액을 지급한 뒤 화재 원인을 파악해 원인 제공자에 구상권을 청구한다. 다른 보험사들 또한 ESS업체들을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화재 이전보다 4배가량 오른 보험료, 모호한 안전기준도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업주는 설치를 위한 대출을 받기 위해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설치자 입장에서는 4~5배가량 오른 보험료로 ESS 구축 비용이 늘어 부담을 느끼며 망설이고 있다"며 "ESS에 대한 주문과 문의 수요는 있는데, 정부의 조사결과 발표에서 안전 기준 등의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아 금융사 측에서 보험료를 측정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한국 ESS 제품에 대한 신뢰성 회복이 우선인 만큼 관련 인증 강화가 필요하다"며 "제품 외 시공에도 구체적이고 명확한 안전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일본 수출 제재가 ESS를 포함한 배터리 업계에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배터리는 핵심소재의 일본 의존도가 낮고 소재를 다른 국가에서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공급처가 다원화되어 있어 영향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