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10시 10분쯤 블루보틀 삼청점 매장 1층과 바깥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지난 19일 오전 10시 블루보틀 서울 삼청점. 체감온도 32도가 넘는 날씨에 손님들이 미니 선풍기를 손에 들고 땀을 식혔다. 줄을 서 있던 50명 넘는 손님들은 문이 열리자 차례로 매장에 들어갔다. 건물 외관 한번, 건물과 함께 인증사진 한번 찍은 뒤에야 줄을 서는 광경이 이어졌다. 시간이 없는 직장인들은 외관만 사진을 찍고 자리를 떴다.

부산, 대구 등 지방에서 올라와 블루보틀 삼청점을 찾은 손님들도 많았다. 청주에서 온 김영재(27)씨는 새벽부터 준비해 블루보틀 개장 전에 줄 서서 커피를 샀다. 그는 "삼청동에 1년 만에 왔다"며 "현대미술관도 가고, 삼청동 구경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때 침체 위기를 겪었던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사람들의 발길이 다시 이어지고 있다. 인기 프랜차이즈들이 자리잡으면서 내국인 관광객이 삼청동에 방문하고 있다. 삼청동은 그간 높은 임대료와 비슷한 한옥 골목인 ‘익선동’에 밀려 인기가 하락했다. 한동안 매장들이 잇따라 빠져나가는 분위기였지만, 뒤바뀐 분위기에 침체 상권이 살아날 수 있을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삼청동에 문을 연 버거 프랜차이즈 ‘다운타우너’도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30분 다운타우너가 문을 열자 매장 내 19개가 넘는 테이블이 꽉 찼다. 자리에 앉지 못한 손님들은 바깥에 줄을 늘어섰다. 아이스크림 프랜차이즈 ‘백미당’도 지난해 삼청동에 자리를 잡았다. 남양유업에 따르면, 삼청동 백미당을 찾는 손님은 매달 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잘 알려진 카페들도 두·세번째 매장을 이곳에 열고 있다. 서울 강남에 있던 카페 ‘그린마일’은 이곳에 2호점을, 카페 ‘가배도’는 3호점을 열었다. 카페 ‘어니언’도 성수와 미아에 이어 안국역 근처에 둥지를 텄다. 100년 넘은 고택을 손본 뒤 문을 연 어니언 3호점에는 하루에 1000명 이상이 찾고 있다.

유명 카페가 많아지면서 카페투어를 하기 위해 삼청동을 찾은 손님도 많다. 직장인 김미진(37)씨는 "커피맛이 좋고 유명한 카페들이 많이 생겨서 5~6년만에 삼청동을 다시 방문했다"며 "카페 두곳을 들러 커피를 마셨다"고 말했다. ‘프릳츠카페 컴퍼니’에 근무하는 채수휘(29)씨는 "주변에 좋은 카페가 생기면서 카페 투어를 하는 손님이 많아지고, 한국적인 이미지가 매력적이라 관광객도 많이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19일 낮 12시, 다운타우너 안국점 매장에는 점심을 먹으러 온 손님들이 가득했다.

삼청동에 새롭게 들어선 프랜차이즈들은 한옥을 기반으로 해 뉴트로(새로운 복고)를 즐기는 젊은 층에게도 특히 인기가 많다. 소셜미디어(SNS)에도 한옥을 배경으로 한 삼청동 인증사진이 지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삼청동 블루보틀 총괄인 최석진(32) 팀장은 "커피와 한옥, 인왕산 풍경을 한번에 즐길 수 있어 인기가 많다"며 "중국, 일본, 대만 등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은 30%정도로 주로 내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동생과 한옥카페를 찾은 정지현(85)씨는 "어릴 적 살았던 곳이라서 한번 와봤는데 젊은층들이 이렇게 많이 찾는 카페가 됐다니 감개무량하다"며 "많이 바뀌긴 했지만 한옥이어서 낯설지 않고 편안하다"고 했다.

카페 어니언 3호점에는 하루 1000명 이상의 손님이 몰리고 있다.

다만 일부 프랜차이즈가 전체적인 상권을 살리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소규모 개인 카페들은 아직까지 유동인구가 늘어난 것을 체감하지 못한다. 개인카페를 운영하는 고미정(33)씨는 "일부 카페에 손님이 몰리고 있지만 유동인구가 늘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공실도 아직 많은 편이다. 이날 블루보틀과 안국역 사이에 있는 ‘힛 더 스팟’, ‘진 앤 더 키친’, ‘스트릿츄러스’ 건물에는 폐점을 알리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직장인 홍세연(33)씨는 "블루보틀 등이 생기면서 긴 줄이 늘어서고는 있지만 삼청동 상권 전체를 살리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