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둔화와 이에 대응하는 주요국의 금리 인하 흐름을 타고 금(金)값이 오르고 있다. 국내 금값은 18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소식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KRX금시장에서 금 1g은 전날보다 470원(0.88%) 오른 5만4000원에 마감하며, 지난 2014년 3월 KRX금시장 개장 이후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금값은 이날 장중 한때 5만4350원까지 올랐다. 금값은 연초(4만6240원)보다 16.78% 상승했으며,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발표한 지난 1일(5만1700원)보다 4% 넘게 올랐다.

대표적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금은 금융 시장이 불안할 때 투자자들의 안전 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면서 가격이 오른다. 작년부터 이어진 미·중 무역 갈등과, 최근 불거진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연초 이후 국내 금값은 계속 상승세였다.

또한 금은 이자가 없기 때문에 시중금리가 높을 때는 투자 매력도가 낮고, 금리가 낮을 때 선호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 전문가들은 "미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더해 이날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가 금에 대한 투자 심리에 초록불을 켰다"고 분석했다.

국내뿐 아니라 국제 금값도 상승세다. 17일(현지 시각)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은 온스당 전날보다 12.1달러(0.85%) 오른 1421.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연초 1281달러에서 11% 가까이 상승한 수준이다. 국제 금값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진 지난 6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뒤,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금융 위기와 연이은 유럽 재정 위기로 금값이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던 2011년 9월 9일(1899달러) 수준보다는 낮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헤지펀드의 대부'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설립자는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국내외 분쟁이 심각할 때는 금이 최고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다"며 "금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하반기 금값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대신증권 김소현 연구원은 "연말로 갈수록 보호무역주의의 장기화,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인해 금값이 오를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미·중 무역 분쟁 등으로 하반기에 주요국 경기 둔화가 나타나며 금융시장 변동성이 심화됨에 따라 금 같은 안전 자산 수요가 더욱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