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은 최태원 발언 듣고
"20년전부터 함께 했다면..." 재반박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18일 "중소기업도 불화수소를 만들 수 있는데, 문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 제품을 안 사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인 불화수소를 국내 중소기업이 생산하고 있지만, 대기업이 이를 외면했다는 주장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에 대해 "만들 수는 있지만 품질의 문제가 있다"고 해명했다.

박 장관은 이날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서 '축적의 시간과 중소벤처기업 중심 경제구조'를 주제로 강연하면서 "이런 위기일 때 대기업을 중소기업과 연결해 (기술) 독립을 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장관은 "국내 중소기업 중에 핵심 역량을 갖고 있는 기업을 키워야 한다"며 "앞으로 중소벤처기업부가 대기업과 중소, 벤처기업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대한상의 제주포럼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장관은 대한상의로부터 지난 6월 초 공식 초청을 받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제44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연하고 있다.

이날 앞자리에서 박 장관의 강연을 들었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국내 중소기업도 불화수소를 만들긴 하지만 반도체 생산 공정마다 필요한 불화수소의 크기나 분자구조 등 제품이 다 다르다"고 말했다. 그간 한국 반도체 업체들은 일본으로부터 고순도 불화수소를 거의 전량 수입했다. 국내나 중국 업체 등도 불화수소를 만들지만 순도가 낮고 종류, 크기 등이 달라 적용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 해법에 대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각자 위치에서 맡은 바를 천천히 잘해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우리 나름대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주고, 일본에 필요한 도움을 받고 하는 상생의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일본에 갈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최 회장의 이런 반응을 접하고서는 페이스북에 "제주포럼을 마치고 공항으로 향하는 길에 품질·순도 문제 기사를 보았다"며 "첫술에 배부를 수 있을까요"라고 썼다. 박 장관은 이어 "20년 전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연구개발(R&D) 투자를 하면서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고 했다면 지금의 상황은 어떠했을까"라며 "모든 것에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