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8일 "지난 4월 경제전망 이후 우리 경제를 둘러싼 경제여건의 변화를 고려해 올해 경제성장률을 2.2%, 소비자물가상승은 0.7%로 전망됐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전망치(2.5%)보다 0.3%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설명회에서 "상반기 중 수출 및 투자가 당초 예상보다 부진했고, 앞으로 여건도 낙관하기 어려운 점을 반영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한은은 올해와 내년 잠재성장률 추정치를 2.5~2.6% 수준으로 제시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은 본관 기자실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인하 결정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 총재는 또 기준금리를 1.50%로 0.2%포인트(P) 깜짝 인하한 데 대해선 "성장세와 물가상승압력이 당초 예상보다 약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경기 회복을 뒷받침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이뤄진 결정"이라면서 "통화정책을 보다 완화적으로 운용할 경우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상황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금융안정을 위한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해선 "한국과 일본 간 교역 규모나 산업, 기업 간 연계성을 두루 감안해야 한다"면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현실화되고 경우에 따라 확대된다면 수출, 더 나아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일본 수출규제가 이번 성장률 전망치에 영향 미쳤나. 앞으로 미칠 영향은.

"일본 수출규제 영향이 거시경제 평가에 부분적으로 반영돼 있다. 한국과 일본 간 교역 규모나 산업, 기업 간 연계성을 감안하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현실화되고 경우에 따라 확대된다면 수출, 더 나아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할 수 없다.
앞으로 미칠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 설명하기는 다소 어렵다. 수출 규제 움직임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 전개 상황에 대해 저희가 현재로선 예단을 하지 못해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없다. 악화되면 바람직하지 않으니 해결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2.2% 성장률 전망치는 금융위기 이후 최저다. 단 잠재성장률도 낮아졌으니 판단을 달리해야 한다는 평가도 있다. 추경을 반영한 전망치인지도 궁금하다.

"2.2% 성장률 전망치에 대한 평가는 잠재성장률을 같이 놓고 보는 것이 맞기 때문에 같이 언급했다. 잠재성장률이 2.5~2.6%라는 점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지금은 경제회복을 뒷받침할 필요성이 한층 커진 것이다.
4월 전망치를 내놓을 때는 추경이 확정된 상황이 아니라 반영을 하지 않았었다. 이번에는 추경 효과를 일부 반영했다."

-이번 금리인하가 성장률이나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이론적으로 볼 때 금리를 낮추면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높이는 데 도움을 분명히 준다. 그러나 효과가 얼마나 될지는 경기 둔화나 물가 하방압력의 주된 원인이 어디 있는지, 경제 여건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지금 우리나라 뿐 아니라 글로벌 경기둔화나 물가 하방압력 등 공급 측 요인, 공급충격이 상당히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가 과거에 비해 제한적일 수 있다고 평가한다."

-최근 서울 주택가격이 다시 상승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리 인하에 따른 향후 집값 움직임을 평가한다면.

"서울 지역, 일부 지역의 아파트값이 반등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리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폭에 대해선 실물경기 회복세가 미약하고 주택가격 안정에 대한 정부 정책 의지가 강한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금리 인하가 금융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이미 언급했다. 정부의 금융안정 노력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며, 한은도 이런 상황 변화를 계속 지켜볼 것이다."

-최근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금리 인하가 미칠 영향은.

"환율에는 금리 외에 여러 요인이 영향을 준다. 최근 미·중 무역협상 전개가 상당히 불확실했던 점, 미 연준의 통화정책 기대감 등이 대외 교역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에 영향을 많이 줬다. 금리 인하 이후 환율 방향에 대해 제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단 금리 인하가 지금 갑작스럽게 예고 없이 이뤄지는게 아니며, 시장에 어느 정도 선반영돼 있는 것으로 이해를 하고 있다."

-시장에선 8월에 금리인하가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보다 한 달 앞서면서 연내 추가인하 기대감 높아졌다. 또 이번 인하를 장기적 측면에서 인하 국면으로 접어드는 단계로 봐야 할지.

"지금까지 통화정책을 운용하면서 실물경제와 경기, 물가, 금융안정 같이 고려하겠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12월 금리인상을 단행할 때는 장기 수준으로 성장세가 계속 이어질 것 예상해 이쪽을 초점에 뒀다. 이번에는 경기 회복을 뒷받침할 필요성이 종전보다 커졌기 때문에 금리를 인하했다.
앞으로의 방향도 기본적으로는 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 그렇지만 금융안정 등 다른 것도 같이 볼 수밖에 없다. 앞으로 경기상황에 대한 금통위 견해,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조금 더 시장과 소통을 강화하겠다.
최근 한 두달 간 경제여건이 예상 외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낙관적이었던 미·중 무역협상이 반전이 되면서 비관적 전망으로 가다가 또 극적으로 재개합의에 이르는 과정. 그리고 연준 통화정책 스케줄이 예상보다 빨리 큰폭으로 바뀌는 관점. 또 일본 수출규제까지, 최근 대외여건 변화가 워낙 빠르다보니 한은이 시장과 충분히 교감할 여유가 없었다."

-금리인하의 실효성을 거두려면 좀 더 과감하게 인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리인하 실효성 여부에 대한) 고민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며, 각국 통화정책 논의 과정에서 많이 이야기됐다. 일반적인 컨센서스를 언급하겠다. 지금 경기 둔화는 상당 부분 공급 측 요인에 기인했다. 공급 충격에 대해 통화정책만으로 대응하려면 금리를 대폭 인하해야 한다.
그런데 각국 중앙은행은 통화정책 여력이 과거처럼 충분히 갖추고 있지 않다. 그래서 필요한 게 재정정책이다. 재정정책은 적극적이며 효과가 빠르다. 더 나아가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구조개혁 정책이 필요하다. 이게 각국 중앙은행 간 컨센서스다.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 여력이 별로 없다고 했다. 한은 기준금리는 1.25%가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미국이 제로금리까지 내린다고 해도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1.25%보다 더 낮아지기는 부담스럽다는 의미인지.

"정책 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이번에 기준금리가 1.5%로 낮아졌기 때문에 그만큼 정책여력도 축소됐다. 그렇지만 기준금리가 당장 실효하한에 근접하게 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한은도 어느 정도 정책 여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기준금리 실효하한은 유동성의 함정이나 자본유출 위험 등 다양한 측면에서 특정하는 하나의 이론상 임계치다. 이론적으로 추정하는 실효하한을 염두에 두면서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