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후 가장 낮은 성장률…성장률 조정폭 '0.3%P' 4년만에 최대
한은 기준금리 1.50%로 전격인하…2분기 성장률 1.0% 머물 듯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한은이 이처럼 큰 폭으로 성장률을 내린 건 4년 만이다. 수출 여건이 예상보다 악화되자 글로벌 금융위기 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성장 눈높이를 낮춘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8일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4월 경제전망 이후 우리 경제를 둘러싼 경제여건의 변화를 고려해 올해 경제성장률을 2.2%, 소비자물가상승은 0.7%로 전망했다"고 말했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전격 인하했다. 금통위가 금리를 인하한 건 2016년 6월 이후 3년 만이다.

한은 금통위도 이번 금리인하가 성장률 전망 하향 때문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금통위는 금리인하 후 발표한 통화정책결정문에서 "건설투자 조정이 지속되고 수출과 설비투자 회복도 당초 예상보다 지연될 것"이라며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 4월 전망치(2.5%)를 하회하는 2%대 초반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오찬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은이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는 시장의 예상을 밑도는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초 한은 2.3% 수준의 전망치를 제시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정폭도 상당히 큰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해당년도의 성장률 전망치를 0.3%포인트 하향 조정한 건 2015년 7월 이후 4년 만이다. 지난해 7월 이후 성장률 전망치를 네 차례 연속 떨어뜨리면서 조정폭은 0.1%포인트에 그쳤다.

한은이 이처럼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춘 건 하반기 경기 흐름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가 경기 하방리스크로 지목한 미·중 무역갈등, 반도체 회복 지연 등이 하반기 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낮췄다. 2.2%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2%)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로, 오는 25일 발표될 올해 2분기 성장률 전망치는 전기대비 1.0% 수준을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출부진과 투자 악화가 지속되고 있고 한일간 무역마찰이 수출의 대외적 여건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성장률 하강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한은이 2%초반대로 성장 눈높이를 낮춘 건 경기둔화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볼 수 있다. 통화정책 당국인 한은은 이날 3년 만의 금리인하를 단행한 동시에 성장률을 대폭 하향 조정하는 등 경기대응에 대한 방향키를 완전히 돌렸다.

반면 정부의 '경기낙관론'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3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성장률을 2.4~2.5%로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가 강화될 경우 성장률이 추가 하향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은은 오는 10월 경제전망을 한 차례 더 넘겨두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일간 무역마찰이 지속돼 앞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의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생긴다면 올해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가 2%를 밑돌 가능성도 잠재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