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원장 "일본계 자금 모니터링 철저…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 마련"

금융감독원이 일본의 경제 보복이 금융시장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일본계 자금 동향에 이상 징후가 없다는 게 금융당국의 공식 입장이지만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차원에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6일 임원회의에서 일본계 자금 동향을 철저하게 모니터링하고 시나리오별로 대응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금감원 관계자는 "평소 은행 여신이나 증권 자금 동향을 모니터링하는 개별 부서 차원이 아니라 금감원 전체가 (일본계 자금 동향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금융시장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컨틴전시 플랜을 가지고 있다. 금융시장에 위기 징후가 보이면 미리 준비한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체계적으로 대응하게 된다. 국내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 컨틴전시 플랜이 가동된 적이 있다. 이번에도 컨틴전시 플랜 차원에서 비상대응계획을 마련하는 것이다.

금감원은 당장 일본계 자금의 움직임에 특별한 징후는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계 은행 국내지점의 총여신 규모는 5월말 기준으로 24조7000억원으로 3월말과 비교해 오히려 2조8000억원이 늘었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이외에도 외화유동성비율(LCR) 등 여러 지표를 근거로 금융시장에 위기 징후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금감원은 앞으로 일본의 경제 보복이 어디까지 확대될지 예상하기 힘든 만큼 미리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일본계 은행 국내지점의 자금 동향을 살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일본계 자금의 종류나 성격별로 나눠서 모니터링을 철저하게 하기로 했다. 특정 종류의 자금에서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대비책까지 시나리오별로 마련하고 있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국내 기업이 일본계 은행 해외지점에서 빌린 돈이 있을 수 있고, 국내 은행이 일본계 은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이 있을 수도 있다"며 "국내 기업과 관련된 일본계 자금의 종류나 성격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가능한 경우의 수도 많은데, 이에 맞춰서 하나하나 시나리오별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일본이 가지는 영향력이 과거보다 줄었지만 그렇다고 방심할 일은 아니라는 지적을 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일본의 영향력이 줄었다지만 여전히 한국 기업이나 금융회사의 발목을 붙잡을 정도의 영향력은 있다"며 "지금 당장 금융시장은 안전하다고 자위하기보다는 철저하게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